올해 초에 독서계획 페이퍼를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역시 계획대로 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독서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올해의 책읽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하는 바이다. 05년도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고, 남은 20일 동안 책을 더 읽을 것도 아니기에 이쯤에서 독서 정리를 해본다.
정리하기에 앞서 먼저 nrim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독서통장을 만들어 선물해 주셨는데, 요긴하게 써먹었다.
통장을 보니 49권의 책을 읽었다. 첫 책은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지호)였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한국전쟁>(책과함께)이다. 이 사이를 여러 분야의 책들이 채우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책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오웰까지>(푸른역사) - 서평을 썼으니 설명은 따로 않겠다. 책의 내용, 편집, 번역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책이다.
<어제의 세계>(지식공작소) - 슈테판 츠바이크의 자서전. 올해 두 번 읽었는데, 한 번은 아무 생각 없이, 다른 한 번은 파시즘과 관련된 서술에 중점을 두고 읽었다. 한 개인의 전기이기도 하지만 시대(19세기 후반~20세기 중반)의 전기이기도 하다.
<석유의 종말>(서해문집) - 현대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이기도 하지만 석유체제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석유의 종말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환경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읽을 생각이다.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지호) - 강유원 선생님 수업 때 교재로 썼던 책. 꼼꼼하게 읽으면 많은 걸 뽑아낼 수 있다.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촌철살인의 표현이 많다는 것이 장점.
<낭만주의의 뿌리>(이제이북스) - “낭만주의의 중요성은 이것이 서구 세계의 삶과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꾼 가장 광범위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각별한 즐거움과 두통을 동시에 선사하는 책. 서구 우파(한국 우파들은 뭐하는 걸까?)의 교양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까지 번역서였고, 이제 한국 저자의 책.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 모범적인 한국 우파의 역작이라 할 만하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이 책 한 번만 필사하고 졸업한다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이 지경은 아닐 것이다.
<한국전쟁>(책과함께) -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쉽게 서술하고 있고, 자료도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한국전쟁 개론서로는 그만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웅진) - 그냥 읽으시라.
<전쟁과 사회>(돌베개) - 앞서 말한 <한국전쟁>과 함께 읽을 필요가 있다.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라서 침착하게 읽기 힘들다. 이승만 이 XXX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데는 이 책 한 권이면 족하다.
내년에는 역사책과 사회과학책을 주로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