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아니면 말고
  • 리바이어던
  • 토마스 홉스
  • 12,510원 (10%690)
  • 2007-09-10
  • : 1,587
괴물, 리바이어던 혹은 레비아탄
많이 듣던 제목입니다. 근데 제 기억속에는 책 제목이 아니네요. 찾아봤습니다.우리나라 개봉 제목으로 '레비아탄'. 해양 SF 영화네요. 철자를 보니 같은 단어가 맞습니다.어렸을 때 본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리뷰를 보니 바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네요. 맞는 것 같습니다.
책을 주문해놓고 검색해보니 뭐 몇 가지 단어랑 얽혀 있네요. 사회계약론, 자연법, 국가론..  그런데 정작 책 제목의 뜻은 바다 괴물. 흠.
리바이어던 - 괴물이냐, 인조인간이냐
인터넷에서  '홉스 & 리바이어던'만 넣어도 당장 수십개의  웹페이지가 뜹니다. 고전으로 분류되는 책이니 만큼 이미 많은 해설들이 존재합니다.수험서 마냥 요약 정리된 내용도 있고 전통적인 해석과 이를 반박하는 새로운 해석도 보입니다..그 중 몇 개를 읽으니 지금 내게 '고전'을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드는 게 사실입니다.그 자체로도 훌륭한 저작물인 수많은 서브 텍스트들이 있고 국가와 관련된 이론이나 주장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글들도 많다면 난 이걸 읽으면서 뭘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일단 카드 승인은 났고 책은 도착했으니 읽습니다.
국가론에 대한 얘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1부는 인간론, 2부가 국가론, 3부와 4부는 종교적인 얘기도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국가론에 대한 내용을 원한 제게 1부와 3부, 4부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금방이라도 삭아서 먼지가 되어 버릴 듯한 낡은 강의 노트를 들고 들어오신 정년 퇴직 직전인 교수의 전공 필수 과목 강의를 듣는 기분이랄까요.뭔가 중요한 말이고 노트 필기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오긴 합니다만 그 보다... 졸립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패쓰.
리바이어던의 내용에 대한 것은 다른 분이 이미 정리해주셨기 때문에 전 구글을 돌리면 가장 첫번째 페이지에 뜨는 관련 내용 중 가장 짧은 요약만 ctrl + V 해옵니다.자연 상태는 인간이 자기 보존 본능으로 인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이므로 인간은 그처럼 끔찍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연스레 평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 평화를 이룩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회계약을 통해 리바이어던을 세우는 것리바이어던에 대한 해석은 절대군주제의 이론적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라는 얘기부터 사회주의 운동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해석의 스펙트럼이 무진장 넓습니다. 현재는 재평가 차원에서 후자의 관점이 더욱 각광 받고 있는 듯 하긴 합니다만 사실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괴물이라는 건지, 인조인간이라는 건지. 어느쪽에 방점을 찍고 있는 건지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습니다.
전체적인 논리에 대한 가장 큰 지적인 통치자의 권력 남용 가능성과 폐해에 대해서는 '통치자께서는 그러실 분이 아니다' 수준의 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미덥지 않지만 어느 순간엔재평가의 단초가 되었을 듯한 부분도 눈에 들어옵니다.
- 만약 통치자가 어떤 이에서 자기 자신을 살해하거나, 상처 입히거나. 불구로 만들 것을 명령한다면 또는 음식, 공기, 약 등 없으면 살 수 없는 것들을 사용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면, 비록 그 판결이 정당하게 내린 것일지라도, 그 사람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만약 통치자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아서 국가의 목적이 좌절된다면 , 우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통치자는 자연법의 지배를 받을 분 시민법 보다는 상위라는 주장도 나오고 국가를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불복종을 자행하는 것은 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홉스 자신은 일정한 논리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린 백성의 입장에서는 오해하기(어느쪽으로든) 딱 좋다 싶습니다.

리바이어던을 원하는 사회
리바이어던과 같이 산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을 펼쳤습니다. 이해 안될 것 같으면 대충 몇 구절 따오려고 리바이어던에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공간적, 시간적 차이에 대한 대안으로 샀는데 이 책의 거의 첫 부분에 리바이어던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유시민은 홉스의 주장을 절대 군주제를 위해 복무하는 이론으로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탄생과 형성 과정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국가주의 국가론이라 지적합니다.
식민지배와 한국 전쟁을 통해 국가가 완전히 리셋되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현장이 된 적이 있고 그 경험이 '휴전'이라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여서 통치자들이 국가주의 국가론을 통치 이념으로 삼는 것은 가장 편리하고 나름 합리적인 것으로 믿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무엇을 해야하는 지도 국민이 아니라 통치자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고 믿고 독재자의 길로 들어섰던 통치자들이 많았던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성향들이 일종의 밈(Meme)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를 지배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아직도 셋 중 하나는 이 국가주의 국가론의 후예들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폅니다.
유시민의 지적에 따르면 진보 진영의 영원한 숙제인 저소득층, 노동자 계급의 보수화, 보수 세력 지지 문제에 관한 해법 도출시 고려해야할 부분이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원래 고려했겠지만.. 제 입장에선 그렇단 얘기..)
또 명백하게 국가주의 국가론의 후예이신 유력 대선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언급하면서도 사법 살인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국가 폭력에 대해서는 역사의 판단 운운하며 물러서지 않는 것도 요 프레임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 사과를 하긴 했습니다만 조갑제 옹께서도 정치쇼라고 사자후를 토해 내셨듯이 진정성이 담겼다고 보긴 어려울 듯 합니다. 살다보니 갑제옹과 의견을 같이하는 날도 온..)
국가주의 국가론과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가 맞닿으니 제 책장에 꽂혀있는 책 하나와도 연결이 됩니다.작년엔가 사서 설렁 설렁 읽어서 기억도 잘 안나는 박노자의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를 다시 꺼내 봅니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사무총국' 이요, '국가를 합리적인 조절자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랍니다. 역시 노자형님.국가란 본질적으로 공권력의 폭력(일상의 폭력화) 교육을 통한 피지배자의 자율적인(자율적으로 보이는)동의를 유도하여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일제시대 식민 교육이 해방이후 그대로 한국사회에 이식되어 국방사관, 인간의 병기화를 지속적으로 국민 교육으로 시행해왔다는 점을 시종 주장합니다. 
이 입장을 받아들여 놓고 보면, 해고, 파업 노동자의 처지는 안타깝지만 그로 인해 물동량이 뚝 떨어지고 하루의 국가적인 손해가 몇 조에 이른다는 얘기들 듣게 되면 공권력의 투입은 당연한 국가의 할일로 생각하고, 용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사연에는 안타까워 하지만 그들과 연대했던 전철연에 대해서는 정리해야 할 사회 혼란 세력이라 생각하게 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겁니다.
리바이어던. 이름만 낯선 것이었군요.

접점 찾기
중언부언 대충 끄적이기는 했는데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열쇠가 되는 내용들도 뭐 결국은 다른 책의 내용이구요.고전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결국은 서브 텍스트에서 갈피를 잡은 게 아쉽긴 합니다만 원전에서 뭔가를 얻어내는 수준이라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암튼 '이데올로기, 군사적 위험이 항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앞으로도 국가주의 국가론은 강력한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예상한 유시민의 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순간 순간 현실 세계와 맞닿아 보이는 부분들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전의 눈으로 현실을 읽어낸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고 싶긴 합니다만 결국 다 다른 책에서 가져온 얘기네요. 흠.뭔가 더 얘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만 뭐 더 생각하다가는 못 올릴 듯 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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