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아니면 말고
  • 심리학에 속지 마라
  • 스티브 아얀
  • 13,320원 (10%740)
  • 2014-02-07
  • : 692
About Time
예전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라디오(와 인터넷을 오가던) 방송에서 신해철이 자주 했던 말이 '우리 같이 이 방송을 들으면서 하루 24분의 1을 낭비하자' 였습니다.대충 기억해보자면 '인생의 모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자기를 계발해야 하고 뭐 다 좋고 그게 선의에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해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만 살 수 있냐.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시간 정도는 걍 낭비하자. 이 방송이 그 시간의 배경이 되어주겠다.' 이런 얘기였지요.
책을 읽다가 문득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좌우명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런 의미에서 오늘 낭비할 수 있는 1시간을 확보하려면 지금 그만 써야겠네요. 
- 중지 -
자, 다시 씁니다.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당연히 녹음방송인 탓에 진행자들은 '잠깐 쉬고 오겠습니다' 해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짧은 효과음 한번 나오고 방송은 그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진행자가 쉬는 시간을 리얼 타임으로 녹음할 필요는 없으니까요.저 '중지'라고 쓴 이후 지금까지 제게는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읽는 분들은 기껏해야 한 3초나 흘렀겠지요.
당연해서 당연하고 당연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연하게도. 시간은 각자에게 따로 흐릅니다.
심리학책을 읽고 나서 웬 시간 타령인가 싶습니다만 제게 이 책은 시간에 관한 얘기가 되었습니다.

About Time - 열네 살
이거 만화 제목입니다. 40대 남자가 어쩌다가 중학생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사라졌던 직전 어느 즈음입니다. 결국 떠나는 순간의 아버지를 붙잡고 물어 보지만 딱히 정확한 대답도 없이 아버지는 떠나고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미래를 기억하는 사람도 다시 돌아온 현재는 바꿀 수 없고 과거는 그대로 다시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갑니다.
역자의 머릿말을 보면 멋있는 말이 나옵니다. '시간은 본질적으로 비가역적이다.'무슨 얘긴가 찾아봤는데 정의를 읽어봐도 쉬운 얘기인 듯, 어려운 얘기인 듯 합니다만 뭐 대충 돌아갈 수 없다는 얘기 같습니다.
작게는 콩 외에는 잡곡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잡곡밥 대신 걍 백미밥 먹고 몇 백원이라도 아낄 걸 하는 후회서부터 크게는 뭐 그때 삐삐 음성 메지시로 사귀자고 했던 건 건 정말 아니었다는 후회까지.
수많은 후회되는 선택들이 있지만 삶을 다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죠. 
그런데 완벽한 자신은 아니지만 제법 닮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직 선택이란 걸 해본적이 없을 정도로 어립니다. 게다가 한 10여년간은 내가 하라는 대로 할 것 같습니다. 얘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현재를 사는 완벽한 삶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는 삶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이 책에서 처음 본 말인데 요 몇일 머리에 자꾸 맴돕니다. 내가 아이와 함께 가는 이 길이 혹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아닐까. 그 이전에 선의 이기는 할까.'인간복제를 통해 부모가 자식을 설계하는'건 끔찍하고 '양육을 통해서 자식을 설계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근거가 있을까.매일 밤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얻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실패하고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내가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만큼 아이에게도 완벽한 아이가 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 그렇다고 걍 놔둬?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러더군요. 당장 해답 같은 건 없다고. 단지 따로 흐르는 녀석의 시간을 제게 맞추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About Time - 현재를 쥐고 있다는 것
이거 영화 제목입니다.크리스마스 개봉작을 1주일 전에 봤습니다. 믿고 보는 워킹 타이틀. 제게 가장 다가왔던 장면은 이제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가 마지막 시간 여행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그리고 나온 것은 열 댓살이 된 주인공과 아버지의 산책 장면. 커가는 아이와 늙어가는 엄마, 아빠의 매순간이 개별적인 희소성을 가진 마지막 순간임을 계속 상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영화 끝나자마자 애들 유치원, 학원으로 데리러 갔습니다. 뭐 물론 금방 다시 까먹긴 했습니다. 도대체가 마음대로 안되네요.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다시 하루의 24분의 1 낭비하기
태어나서 뭘 하기로 결심한 것 중 가장 수월하게 목표 달성 중입니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서 탱자 탱자. 아직 몇년 전에 샀지만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기타가, 불과 몇 개월전에 샀던 서바이벌 영어 회화책이,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은근 눈에 밟히긴 합니다만하루에 한 시간은 걍 삐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자기 합리화 한토막. 한병철의 '피로사회'관련 책 소개에서 따왔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아닙니다..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를 역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의 개념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성과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위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한병철은 피로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을 본다. 피로는 과잉활동의 욕망을 억제하며, 긍정적 정신으로 충만한 자아의 성과주의적 집착을 완화한다. 피로한 자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싶습니다. 다들 타세요.

# 재미로 보기: 아버지와 아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The Six Ways You'll See Your Dad(번역본으로 봤는데 이건 아니네요.. 짤방으로도 돌아다니니 찾으시면 찾으실 수도 있 ..)


* 밑줄 긋기

# 현실 감각을 잃지 않을 정도라면 자신을 약간 미화하는 일은 자존감 형성에 꼭 필요하다. 이는 실패를 인정해야 할 때와 계획대로 모든것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 감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57)
# 자기계발의 숭배(65페이지)
# 자기 계발에 대한 희망은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일부를 빼앗는다.(260p)
# 실수를 저질러도 괜찮다. 일이 흘러가는 대로 놔둘 수 있는 용기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속도에 따라 성장한다.(265p)
# 진지한 것에 대항하기(265p)
#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기(266)
# 위험에 대해 용기를 가져라(267)
- 완벽함과 무모함이라는 양 극단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환상적인 가능성이 있다(267)
# 비교는 금물 - 결국은 내 삶이다.(267)
# 제 정신이 아닌 상태도 괜찮다(268)
# `자녀양육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을 심리학적으로 무장하려는 부모의 희망사항은 심각한 잘못을 필하려는 세심함에 의한 것(251)
# 아이는 부모 마음대로 주물럭거려서 만들 수 있는 점토덩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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