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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님의 서재
  •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 13,500원 (10%750)
  • 2021-04-09
  • : 2,181

 

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송은경 (옮김) | 민음사 (펴냄)

달링턴 홀의 집사로 살아온 스티븐스의 독백같은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제목만이 주는 첫인상은 후회나 아쉬움, 미련 등의 감정이었다. 동명의 영화 제목만 겨우 들어봤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읽어내려갔다.

개인적으로 원래는 기본 줄거리나 핵심 스포일러를 알고 난 후 소설과 영화를 보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나중에 보니 복선이었던 것들을 처음부터 알고 보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나날>은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읽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의도보다는 소설의 주인공인 스티븐스의 시점을 쫒으며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해해보려 애쓰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퇴를 고려해봐야 할 나이에 이른 집사 스티븐스가 일주일 간의 휴가 중에 20여년 전 달링턴 홀의 총무로 있던 켄턴 양을 만나러 가는 얼핏보면 별다를 것 없는 줄거리지만 그 여정에서 스티븐스가 회고하는 과거는 읽는 독자에게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서, 집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스티븐스가 희생하고 포기했던 것들은 제 삼자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하고 또 답답한 구석이 많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켄턴 양이 좋아하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으며, 자신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달링턴 홀의 새로운 주인인 패러데이 씨의 농담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직업적으로 받아들여 주인의 눈높이에서 학습해 보려는 노력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자기철학을 잠재우고 오로지 주인의 집사로서 행동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던 두 하녀의 입장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집사로서 주어진 명령대로 행동할 뿐이다. 같은 일에 (결국은) 타협했지만 분노와 부당함을 표현했던 켄턴 양과는 달리 말이다.

234. 말해 보세요, 스티븐스 씨. 당신은 왜, 왜, 왜 항상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살아야 하죠?

그토록 위대한 집사와 집사의 품위에 연연하던 스티븐스는 길을 잃고 우연히 들린 마을에서 자신을 귀족으로 추측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그에게 품위란 신분과 다름아니었던걸까? 결국 그의 현실은 달링턴 홀과 함께 낀 일괄거래의 한 품목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품위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현실은...?

남아있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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