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산다. 이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보를 취사하거나 식별하는 능력의 다른 이름이 편집이다. 의식을 하건 하지 않건 간에 우리는 편집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편집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아무리 편집을 잘한다 해도 물밀듯 밀려오는 정보를 편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안도 아키코는 편집력과 편집공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처한 근원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는 편집력을 '새로운 것에 대한 시작이나 그곳에 있는 방법을 발견해 내는 힘'으로 규정한 후, 편집공학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거나 세분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 자체로 처리하는 기술'로 정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마다 그 힘이 나타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안도 아키코는 이것을 재능이라 정의하며 재(才)는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는 기본이나 근본이고,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어 발휘하도록 하는 것을 능(能)이라 규정한다.
그렇다면 편집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가장 먼저 작업의 세분화를 해야한다. 이는 쐐기를 박는다고 할만큼 중요한데 쪼개고 나누기가 정보에 대한 편집의 시작이다. 세분화라는 첫 삽을 통해 방을 정리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직장에서의 작업 관리뿐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정보까지도 세분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비교하고 맞춰 보고 비틀어 본다. 이어 비슷한 것을 찾거나 유연하고도 전략적 사고를 하거나 유추적 사고를 한다. 그리고는 가설을 세워본다. 그 다음에는 한 대상에 대해 행위를 하는 주체가 달라지면서 끄집어내는 의미가 달라지는 어포던스(affordance) 를 생각한다. 더하여 고정관념을 버리고 언런(unlearn)으로 본질을 찾아가 본다.
이어 '~답다'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 보이지 않는 것을 가치로 전환해 보고, 이야기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내러티브 접근법도 활용해본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세계와 나를 재구성하는 편집의 과정이다.
계속하여 재능을 개발해주는 편집사고의 10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앞서 열거되었던 방법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용례들이어서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이 이야기들은 결국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세계관의 발현이자 친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말한다. 그래서 쉽지 않지만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려할 때마다 각자 안에 내재한 편집력은 계속 풀려나오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스승인 마쓰오카 세이고의 책 『지의 편집술』에서 핵심 내용들을 가져 오는데 편집은 놀이와 대화와 결핍으로부터 생겨나며, 조합이자 연상이며 모험이라 정리한다. 또한 방법이야말로 콘텐츠라며 21세기는 방법의 시대가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설가 J. G. 밸러드가 언급한 '인류에게 남겨진 최후의 자원은 상상력'이라는 말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어쩌면 인류가 AI로의 틈입으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편집은 무엇일까?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정보를 선별하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을 헐고 그 위에 용기를 더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지 싶다. 또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의 체화이며 변해야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한걸음씩 생각을 확장해 나아간 후 결국 나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지 싶다. 이 책은 내게 많은 시간을 요구했고 그로 인한 부담감도 주었지만 그 시간의 값을 충분히 하였기에 꽤 유용한 책이었다고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