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선 선생님의 <예술 너머 수학>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01 수학이 보이는 가우디 건축 여행
02 수학이 보이는 에셔의 판화 여행
03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
첫번째와 두번째 책을 1월에 읽었는데, 4월에 세번째 책을 만났다. 네번째 책은 또 어떤 책일지 기대가 크다.
노란색이 산뜻하면서도 뭔가 재미난 것을 숨기고 있는 듯 호기심을 돋구워 준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읽어 본 적은 있지만 크게 재밌지 않고 특이한 책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고전이고 아이들이 읽는 책이기에 분명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어쩐지 크게 감흥이 없는 책이었다.
그런데 노란책 < 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을 만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제대로 구석구석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다시 꼭 읽어보리라 다짐을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밌다. 짧은 듯 긴 듯 이번 여행 일정도 역시나 알차고 영국으로 떠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여행은 지난 두 번의 여행보다 좀 더 수학에 대한 다양한 내용과 넓은 시각을 다루고 있어서 수학을 이해하고 수학의 역사에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53쪽
나에게 수학은 불변의 진리이자 확고한 믿음의 존재야. 다른 모든 것이 변해도 수학의 일관성만큼은 변하지 않아야 하지. 그 수학이 나의 확고한 믿음이자 세상의 잣대인 수학이 흔들리고 있었어. 내가 살던 시대가 그랬어. 모든 것의 근간이 요동치고 있었거든. 수학마저도 말이야.
73쪽
당시에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 공과 주사위가 같은 모양이라는 둥, 도너츠가 머그컵과 같은 모양이라는 둥 헛소리를 하는 무리였지. 그래도 수학적인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길래 그런 식으로 사물을 변형시키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는지를 말해주고 싶었지.
98쪽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지를 염두에 두고 연구하는 수학자는 거의 없으니까. 수학자들은 수학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질서와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들이야.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과 진리를 알고자 하는 욕망. 그게 바로 수학자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지.
<유클리드 원론>의 세상을 믿고 행복하게 살던 루이스 캐럴(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수학의 격동기에 느꼈을 지적 혼란과 그것을 풍자 가득한 이야기로 풀어낸 속사정들을 이모저모 알아가며 내 세계가 넓어진다.
118쪽
결국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였군요.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네 세상으로 떠나라!', '어떤 문제든 너는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아이다!'라구요.
215쪽
내가 모르는 새로운 수학이 또 등장했겠지. 수학자들은 갈팡질팡하며 새로운 논쟁을 하고 있을 테고. 수학도 다른 모든 것들처럼 변하고 있지.
250쪽
대부분의 수학은 현실에서 쓸모와는 전혀 상관없이 발견되고 발전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야. 현실에서 어떻게 쓰일지를 미리 생각하면서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또, 실용성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발견했는데, 나중에 전혀 예측하지 않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수학 이론들도 꽤 많아. 모든 것은 시간의 검증을 거친 후에야 제대로 평가되는 법이거든.
아이들을 좋아하고 마음 따뜻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지닌 루이스 캐럴을 통해 성실한 수학자의 모습과 함께 고뇌하는 수학자의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큰 위안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