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보이는 에셔의 판화 여행> 문태선 지음, 궁리
드디어 제대로 에셔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문태선 선생님이 쓴 <수학이 보이는 에셔의 판화 여행>.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갈 지,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그런데 예상 밖의 여행책이다. 제목의 여행이 진짜 그 여행이라니. 헉! 이 여행은 가우디에서도 계속되었다. (나는 에셔를 먼저 읽고 가우디를 이어서 읽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는데, 찰떡같이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문태선 선생님은 어쩜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에셔의 어린 시절부터 젊은 시절, 판화가로 명성을 얻기 전, 유명해진 이후 수학자들과의 교류 등 에셔의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마르코라는 아이와 대화하며, 함께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내가 알지 못했던 에셔의 성장과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에셔를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는 애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수학과는 상관없이 에셔만의 흥미로운 생각으로 테셀레이션을 파고들던 이야기, 재밌는 상대성과 다면체 판화 관련 이야기, 그리고 불가능한 도형 판화와 펜로즈와의 만남. 그리고 무한에 대한 에셔의 수학적 예술 표현까지.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에셔와의 여행 마지막,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마르코가 펼친 에셔의 선물!
가슴이 울렁이며 나는 울컥 눈물이 났다.
거기엔 희미한 삼각형에서 태어난, 이름 모를 새들이 제각기 모습을 갖추고 자신의 존재를 한껏 뽐내려는 듯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해방을 이룬 것처럼 사라지고 마는 새들.
마르코는 '내 묘비에 있는 그림이란다' 라고 적힌 쪽지를 멍하니 바라본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작품에 대한 고민과 열정이 오롯이 담긴 이 그림.
291쪽

<해방>
마르코만큼이나 나 역시 에셔와의 여행에 푹 빠져 있었다. 에셔의 작품에서 시작하여 에셔 그 자체에 빠져 든 여행이었다. 마지막 <해방>은 그 절정이었다. 한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수학을 떠나 감동을 안겨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