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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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공기

폰에서 구글을 열면 내가 관심 있을 것 같은 뉴스가 쫙 뜬다.

내가 검색하거나 클릭한 것을 바탕으로 나의 취향을 추측해서 보여주는 걸 텐데 누군가 내 인터넷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고 무섭다. 그런데 이게 내 입맛에 맞는 걸 보여주니 종종 유용하단 말이지. 사생활 침해와 편리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자꾸만 그 뉴스를 흁어보고 클릭한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Banned Book Week.



그렇다면 나도 동참해서 금서를 골라 읽어야지.


학교나 도서관에서 금지된 책이 뭐가 있나 찾아봤다.




단체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모든 리스트에 들어있는 작가가 있었다.

리스트에 따라 한 권이 아니라 몇 권씩 들어가 있기도 한 작가 Ellen Hopkins

그래서 읽어봤다, Crank, Tricks, Traffick

와우! 세상에!



Crank는 crystal meth 또는 methamphetamine 의 별명(?)으로 우리나라에서 히로뽕 (필로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책에 마약이 나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이야기인 줄 모르고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다. 오래 전 Go Ask Alice를 읽고 충격받았던 것에 비할 만했는데 Go Ask Alice는 마약 중독 틴에이저가 직접 쓴 일기 같지만 (처음에는 그런 줄 알고 충격받았음) 사실은 어른이 쓴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 (더 정확히는 딸)을 기초로 해서인지 더 생생하고 더 속이 탔다. 멀쩡하던(?) 딸이 점점 마약에 중독되어 가는 걸 읽으면서 아이쿠, 에휴, 제발 그러지 마를 계속 중얼거리며 가슴을 쳤다. 크리스탈이 중독에서 벗어났을까 너무 궁금하여 뒷 이야기인 Glass 를 펼쳤다가 아기도 버려두고 다시 마약을 찾으러 가는 걸 보고 책장을 덮었다. 엄마의 마음으로는 더 이상 못 읽겠다. crank 시리즈가 3편까지 나왔던데 제발 해피엔딩이기를. 



각기 다른 환경과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의 청소년.(3명의 소녀와 2명의 소년)

그 아이들이 각각 다른 이유로 매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단 청소년 성매매라는 주제도 놀라운데 아이들이 매춘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기가 막히지만 실제로 있을 법하다 싶어서 더 충격이었다. (이야기 중 하나인 부모가 아이를 문제아를 교화시킨다는 곳으로 보내는 것은 얼마 전 들은 팟캐스트 Sent Away에서도 다루고 있다.) 어떤 아이는 안쓰러워 안아주고 싶었고 어떤 아이는 그러지 마!라고 소리 치고 싶었고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때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읽으면서 계속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섯 명 아이의 시점이 왔다 갔다 하는데다 시 형식으로 쓰였기 때문에 얘가 누구고 쟤가 누구지?히며 앞으로 뒤로 넘겨가면서 읽느라 이름과 상황을 완전히 매치 시킬 때까지 정신이 없다는 것과 엄마의 눈으로는 도저히 차분한 마음으로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Tricks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2번째 이야기인 Traffick도 읽었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다행히 제대로 길을 찾은 아이들이 있어 마음이 좀 놓였다. 





Ellen Hopkins의 책 중 끌리는 책이 있지만 세 권을 연달아 읽고 나니 다음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감정적 소모가 엄청 큰 독서였음. 금서를 지정하는 걸 반대하지만 왜 이 작가의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 하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데 책을 못 읽게 한다고 그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덮는다고 덮어지고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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