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일은 일요일이라 J 양와 N 양이 집에 왔다. 멀리 있는 M군은 (전화도 안 하고!) Happy Birthday 하고 카톡 한 줄만 보냈다. (작년에는 대학 간 처음이라고 카드도 보내더니 흥)
같이 앉아서 수다를 떨다가 요즘 아이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어보니 J 양은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알고 있었는데 N양은 그게 뭐야? 라고 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보여줬더니 워드에 있는 저장 아이콘이 실제 있는 물건이었구나! 하며 신기해한다.
그러다가 요즘 레트로가 유행으로 카세트 테이프나 엘피판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J양은 친구에게 테일러 스위프트 카세트 테이프를 선물 받았는데 들을 방법이 없어 그냥 처박혀 있다고 했다.
"야, 우리 집에 없는 게 어디 있어. 당장 가져와 봐.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 꺼내 줄게!"
호기 있게 꺼냈는데 작동을 안 한다. 밧데리를 바꾸고 흔들고 몇 대 툭툭 쳐봐도 안 되네. 고장 났나 보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다. 우리 집에는 붐박스가 있으니. 그것도 두 개나.
(지금 같으면 절대 사지 않을 소니와 헬로 키티.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도 파나소닉이네... 20년 전에는 그랬다는 ㅜㅜ)
이 둘도 진짜 오랜만에 사용해 봤는데 문제없이 작동한다. J 양의 테일러 스위프트 테이프도 듣고 붐박스 안에 들어있던 바니 노래 테이프도 들었다. (N양이 어린 시절 엄청 좋아, 아니 집착했던 보라색 공룡 바니. 지금도 그 주제가가 머릿속에 울릴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캠코더가 생각났다. 처음 장만해서 열심히 찍다가 M군 돌잔치 날 동영상 찍으려고 꺼냈더니 작동을 안 해서 급하게 이집 저집 전화해서 빌려 찍었었지. 나중에 고치자 하고 책장 밑 구석에 잘 처박아 두고는 완전히 까먹었었다. 그 이후 디지털 카메라가 나와 그걸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으니 굳이 무거운 캠코더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지. 혹시 하는 마음에 꺼내서 오픈 버튼을 누르는데 테이프가 안 나온다. 그래서 좀 무리해서 누르고 밀고 툭툭 치고 했더니 와우! 탁 열리면서 테이프가 나오네?! 이렇게 간단히 고쳐지는 거였어?
티비에 연결해 놓고 아이들과 함께 앉아 옛날 테이프를 보며 한참 웃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J양이 다 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어렸구나. 저 아가들이 자라서 이렇게 어엿한 어른이 되었으니 고맙고 미안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띵똥 벨이 울린다. 나가보니 택배다. 주문한 게 없는데 이거 뭐지? 했더니 라로님이 보내신 선물이다. 맨날 까먹고 무심한 나와는 달리 꼼꼼하고 다정하신 라로님. 알라딘에서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났으니 생일 때만이라도 서재에 안 올 수가 있나. 매번 다짐하고 안 지키지만 또 다짐해야지. 자주 와서 책 이야기 좀 하자. 딴 이야기만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