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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빈 산』, 『애린 1』, 『애린 2』, 『검은 산 하얀 방』, 『별밭을 우러르며』, 『중심의 괴로움』


1999년 7권의 지하의 시집에서 100편의 김영현이 시를 모아 펴낸 시집. 시보다는 지하의 긴 시론이 더욱 좋은 시집이다.


편집자이자 발행인인 김영현의 ‘김지하를 어떻게 이해애햐 할 것인가?’ 에서 지하를 말한다.


나 또한 “그의 시를 읽으면서 나 역시 몹시 아팠다”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에, 그것도 탁월한 시인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의 시와 시인으로서의 고난은 우리 현대사의 상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을 보냈고, 피가 끓었고, 눈물을 흘렸으며, 감옥으로 흘러갔다. 우리뿐만 아니라 그는 전세계 피압박 민중들의 살아 있는 양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시작(詩作)보다는 자기 사상의 체계화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여름, 나는 그에게 이제 다시 문학의 자리로, 시인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그 동안 써온 시를 뽑아 새로운 젊은 독자들을 위해 시선집을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는 흔쾌히 허락을 했고, 그 선(選)하는 작업 을 일체 내게 일임하였다. 나는 물론 극구 사양하였다. 내가 그런 일을 맡는다는 자체가 주제넘고, 외람되기 짝이 없다 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랐다. 내가 어떤 기준에서 선(選)하든 관계치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 동안 펴낸 일곱 권의 시집(담시 형식의 장편시를 빼고)을 발표 시간대별로 펼쳐놓고, 내 마음 이 가는 대로 백여 편을 추려 뽑았다. 딱히 기준은 없다. 다만 좀 부드럽고 아름다운 시를, 어둠보다 밝음을, 분노보다는 따뜻함을, 그의 강함보다는 약함을, 투사적 면모보다 실존적인 외로움을 드러내주는 시를, 그야말로 마음가는 대로 골랐을 뿐이다.


그렇게 읽어가는 동안 내내 내 가슴속에는 지난 시절의 그 불꽃 같았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서대문 구치소에서 세면장으로 가다 흘낏 창문 너머로 바라본, 한복을 입고 한쪽 구석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그의 모습, 강고한 독재의 발톱 밑에서 피 흘리던 청춘 시절 봉천동 시장 뒷골목 선술집에 서 목이 메어 읽었던 「황톳길」, 「타는 목마름으로」, 「빈 산」 등의 시들……. 그러나 연대가 지나갈수록 그의 시는 짧아지고 침묵은 깊어 가고, 한없는 외로움이 빈 여백으로만 남아 있다가 마침내 사라지고 말았다. 해남 이후의 바람 소리 같은 그의 시를 읽으면서 나 역시 몹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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