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Le Comte de Monte-Cristo
  • 공학 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 존 쿠프레나스 & 매튜 프레더릭
  • 11,520원 (10%640)
  • 2015-03-20
  • : 203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공학에 대한 흥미도를 측정하여 차례로 줄 세운다면, 나는 아마도 하위 1%에 어디쯤엔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공학은커녕 나는 수학이나 과학에도 흥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수능을 마지막으로 수학과 작별했고, 대학 교양필수라 자연과학 강의 하나를 듣긴 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관련 강의를 찾아 들은 적은 없다. 수강했던 경영학 몇몇 과목에 수학이 쓰이기는 하지만, 수학이라기보다는 산수에 가까웠다.

 

이런 내가 공학이나 과학적 사고를 동경할 때가 가끔 있는데, 직장에서 업무를 하면서 뭔가를 빼먹어서 투덜거리며 뒤처리를 해야 할 때다. 좀더 체계적인 사람이 돼야지, 라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쉽지가 않다. <공학 학교에서 배운 101가지>의 책소개를 읽으며 마음이 혹하며 반가웠던 것은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책에는 공학적 사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도처에 드러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공학적 사고라는 게 인간이나 자연이 어느 정도 배제된 채 이뤄지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 책의 저자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공학적 사고는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먼저 생각할 때 촉진된다. 회전교차로가 그 좋은 예다. 일반교차로가 회전교차로로 교체되면서 교통 정체, 사고 발생, 상해, 사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간의 삶을 보존하고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일궈낼 수 없던 성과다. 공학적 사고의 위대한 결과물들에는 복잡한 수식 이전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흘려보내는 폐수의 처리는 자연의 정화 방법을 모방해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폐수처리장 침전지는 호수 역할을 하며, 자외선처리 과정은 햇빛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또한 우리가 언뜻 떠올리는 ‘공학적 사고 = 완벽에 대한 추구’는 때때로 맞지 않다. 공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완벽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들이다. 물론 다리, 우주선, 인공심박조율기처럼 오류가 인명에 치명적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장치에 관해서는 완벽한 신뢰도를 설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장난감, DVD 플레이어 같은 제품들까지 완벽한 신뢰도를 추구하면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게 된다. “고장 나게 설치하라”는 지침도 이와 관련된다. 이상한 말 같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가 있다. 바로 전기 시스템. 전류 급증현상 발생시 퓨즈를 나가게 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체계적으로 사고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현상 이면을 꿰뚫는 눈을 갖는 것이다. 흔히 모든 완충재가 제품을 운반 중에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잘못된 유형의 완충재를 사용하면 운송수단에 따라 진동이 더욱 증폭돼 제품이 손상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외부에서 물체에 힘이 가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 대부분은 막연하게 생각한다. 공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진 물체는 정지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움직이거나, 형태가 바뀌거나, 혹은 이 세 가지 현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고 떠올린다.

 

이 책은 공학을 공부하고 싶게끔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게는 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단 한 톨도 없었다. 하지만 공학이 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내가 어떻게 공학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는지를 나는 이 책을 통해 배웠고, 공학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물론 공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 그러니까 체계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두 번 정도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게 몸에 밸 때까지 몇 번이고 더 읽어야 할지도. 그래도, 나는 그 과정을 즐길 참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