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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mte de Monte-Cristo
  • 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
  • 샘 베넷
  • 12,420원 (10%690)
  • 2015-01-15
  • : 35

<독거 예술가, 세상 밖으로>라는 제목이 단번에 와 닿았던 건 아니다. ‘독거 예술가’라는 말에선 왠지 ‘독거’라는 단어의 뉘앙스가 주는 암울함이 느껴졌고, ‘세상 밖으로’라는 말을 보고는 무슨 사회운동을 하자는 건 줄 알았다. ‘독거예술가의 꽁방탈출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봐도 아리송했다. 알고 보니 창조적 예술 활동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었다. “방치된 당신의 잠재력, 하루 15분으로 창조적인 천재가 된다!”라는 카피에 귀가 솔깃해졌다.

 

천재적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저자 샘 베넷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매일 15분씩 시간을 내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하루 15분만이라도 자신이 정말 유명한 예술가인 것처럼 대접해주”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타이머다. 15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라게 될 거라고 저자는 우리를 끌어당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극본을 쓴다면 ‘유모 인물유형 잡아보기’ ‘발코니 장면 구상하기’ ‘제목 구상하기’ 등의 목록을 작성해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이 과제를 15분 동안에 해치워버리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문제는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우리들 자신이다. 저자는 우리의 예술 활동을 가로막는 완벽주의를 따끔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정말로 먼저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법도 알려준다. 심지어 예술 활동에서 잘 거론되지 않는 문제, 그러니까 예산에 관한 사항까지도 일일이 짚어준다.

 

시간관리와 공간 정리에 관한 대목도 유익하다. 시간을 분 단위로 계산하라든가 마감시한을 설정하라는 지침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일과표를 역설계하라는 대목은 신선하다. 어떤 중요한 행사나 계획이 잡힌 디데이에서 역순으로 날짜를 헤아리는 식이다. 그러니까 디데이에 계획한 일이 예정대로 실행되려면 그 전에 무엇이 이뤄져 있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 정리에 관해 저자가 정리정돈 돼 있는 상태에서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찾지 못할 정도로 공간이 어지럽혀져 있다면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리정돈의 여러 비결을 알려주면서, 쓸모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내다 버릴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예술 세계의 걸작들을 칭송하는데, 저자는 때로 저속한 것이 정답일 때도 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최선인지는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종종 맥락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조금 봐주도록 하자. 당신도 오로지 당신만을 항상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걸작을 만들어낼 만한 능력이 내게 없다고 자학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나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명확한 언어로 교정해주면서도 예술 활동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질투하는 이들의 조바심이나 다른 이들의 뛰어난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열등감을 다스리는 법말이다. 이를 테면 예술 활동을 하다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저자는 이렇게 할 것을 주문한다.

 

1단계. 최악으로 과장해 보고 가능한 최소한으로 축소시켜 보기도 하자.
2단계. 큰 틀에 넣고 바라보자.
3단계. 털어버리자.

 

저자가 이런 말을 해줄 때 느껴지는 다감한 어조가 좋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배웠다. 심지어 예술 작품을 완성했을 때, 어떻게 출고해 판매하는지도.

 

이 책은 예술 활동에 대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자기계발서는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이 기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읽었던 자기계발서들 가운데 상당수는 내게 힘을 주기보다는 나 자신을 제어해 또 다른 어떤 것의 노예가 되게끔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자기계발서라면 몇 권 쯤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 활동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과거와 현재의 나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하며 맞닥뜨리게 될 난관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배우는 것일 테니까. 저자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적으며 글을 닫는다.

 

“비판적인 소리들은 항상 당신을 따라다닐 것이다. 그 소리들에 끌려다닐지 말지는 당신이 하기 나름이다.
당신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 않는다면 실패했다는 느낌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보장한다. 당신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나에게도 알려주길 바란다.
기억하라. 세상은 당신의 예술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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