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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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 8,820원 (10%490)
  • 2003-01-01
  • : 1,164

* 사회파 미스터리의 원조,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는 역시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대단히 낮다.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장편의 경우 세 편 정도 구할 수 있다. <모래그릇>, <점과 선>, <너를 노린다> 와 같은 작품들은 구입이 가능한 작품들이고 예전에 구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유혹의 덫> 정도가 국내에 소개된 작품의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국내의 빈약한 인지도와는 다르게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그 수가 대단히 방대하여 천여 작품에 이른다고 하며, 추리작가로서 소설만 발표하는 것이 아닌, <어느 고쿠라 일기전>, <현대 관료론>, <쇼와사 발굴>, <고대사 의혹>과 같은 역사나 정치, 관료제, 본격문학 등에도 폭넓은 관심과 문학적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라는 책을 뒤적이다 보니 마쓰모토 세이초와 호텔전문추리작가인 모리무라 세이이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성기 때 팔린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 판매량은 2000만여부에 달한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작가의 인생역정은 대단히 불운하고 암담한 것이여서 그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급사, 인쇄 조판 시절을 거쳐 디자인 업계 등을 거쳐 기자생활을 거친 뒤 작가가 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인간에 대한 시기나 컴플렉스, 재능을 갖고 있지만 그 재능이 빛을 보지 못하여 한을 품고 세상을 하직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 다수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모인 '미야베 미유키'도 좋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도 너무나 좋다.

* <점과 선>이라는 작품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 중에서 대단히 빼어난 수작(이라고 한다. 읽은 작품이 열 개도 안되는데 뭐라 말할 형편이 아니지)중의 수작이다. 모래그릇 같은 작품들은 드라마로도 유명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에서는 수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된장국에 생선을 먹는 소박한 형사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점과 선>에서도 역시 대단히 사소한 사실에 의심을 품은 형사들이 사건을 추리해 나가게 되는데, 지방의 노형사와 중앙경시청의 젊은 형사가 힘을 합쳐 의문의 사건을 조사해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의 중점 포인트는 바로 도서추리 및 알리바이 파괴의 대가 크로프츠와 마찬가지로 범인의 알리바이 파괴에 있다. 너무나 완벽한 알리바이와 작위적인 시간 설정 및 인물의 등장에 수상함을 눈치 챈 형사들이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파괴하기 위하여 전국을 누비며 동분서주하며 끝내 진실을 파헤친다는, 어찌보면 약간은 단순한 스토리일수도 있으나,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교활함과 섬세함, 치밀함, 리얼리즘과 반전까지 이 작품에는 고루 섞여있다. 가히 고전 추리의 명작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마쓰모토의 작품은 크로프츠의 개인악적인 측면에 집단악, 사회악을 더한 것으로 문학성 또한 상당히 짙은 향기를 내뿜는다. 이 작품에서 그러한 문학성이 짙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회의 타락과 인간군상의 어두운 측면을 이 작품에서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간과하게 되는 어떤 맹점 또한 이 작품에서는 날카롭게 보여주고 분석하고 있다. 여하튼 작품이 시작되는 부분과 두 사람이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 현장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었으며, 사소한 것에 억측을 품고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노형사 도리가이와 도리가이의 의견에 공감하고 전국을 누비는 젊은 형사 미하라의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거대한 조직의 비밀과 진실도 볼만할 것이며, 철벽 알리바이와 그에 대응하고 좌절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러한 알리바이는 하나둘씩 허물어지게 되는데, 한번 무너진 것이 너무 와장창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약간 허무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역시 대단했다. 살인사건의 진실과 마지막에 준비되는 반전도 대단하다. 탄복,

* <제로의 초점> 또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 또한 사소한 것에서부터 거대한 비밀과 진실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마쓰모토 세이초 식 설정이며, 진실을 찾게되는 과정과 수많은 비밀이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형사가 아닌 신혼주부이다. 중매결혼을 통해 결혼을 하게 된 그녀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는 남편에 대하여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다. 여자의 섬세한 감정이 잘 드러나 신혼여행 후에 출장을 떠난 남편이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회사의 사람들과 경찰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 동분서주하지만 그녀의 남편을 발견되지 않는다. 자살을 할 사람은 아니고, 금전적인 문제도 아니며 일대 지방에서 발견된 사망자들의 사체 속에서도 남편은 발견되지 않는다. 남편의 형과 남편의 동료 또한 동분서주하며 남편을 찾아다니지만, 실마리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남편의 형은 독살된 채 발견되는 참극이 발생된다. 작품에서는 아내가 처음에 발견하게 되는 사진을 통해 의문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등장인물들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가 제대로 발현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아내의 불안> 못지 않고 남편의 생사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아내의 심리 상태는 불안과 공포, 허무로 가득차지만 남편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작품 전체의 연결성과 트릭 또한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며, 동기 또한 짙은 사회성을 내포하고 있다.

* 2007년 방영된 TV 아사히 50주년 특집극인 <점과 선>2부작의 시청률은 모두 20%를 돌파함으로써 고전의 빛바래지 않는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 같다.(물론 원작을 읽고 드라마를 살펴보니 대단히 많이 각색이 되었다. 특히 도리가이의 딸과 미하라의 로맨스는...) 한국 추리소설계가 여전히 고사상태를 면하지 못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여느 문학작법과 마찬가지로 추리문학이라는 장르 또한 고전에 대한 숙지, 숙독, 애정이 없이는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을 많이 읽음으로써 과거의 동향과 작품의 향기를 느끼는 것은 그저 단순한 호사행위가 아닌, 필수적인 행위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추리문학의 영역에서도 훌륭한 고전작품들이 계속 번역되었으면 한다. 현재의 추리문학 수입은 너무 최신의 유행에만 집착하고 있어 본인같은 독자들은 고전을 접할 기회가 극히 드물다.(예를 들어서 도로시 세이어스, 존 딕슨 카의 작품들, 요코미조 세이시, 마쓰모토 세이초, 엘러리 퀸 등등....) 고전의 매력은 빛바래지 않는다. 고전의 진가를 다시 한번 알려준 <점과 선>은 빼어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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