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2년쯤 지났을까, 당시 취조관이 일터로 나를 찾아왔다. 무슨 일을 물으러 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앞에서 한없이 고분고분했던 부끄러운 기억이 남아 있다. 1988년이었던가, 그 여름에는 또 다른 취조관 한 놈을 종로 피맛골 부근에서 봤다. 민주화된 이후여서 날 고문했던 놈을 만나면 흠씬 패줄 거라고 흰소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웬걸, 먼발치에서 그 놈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얼음이 되었다. 나도 모르게 비칠비칠 뒤로 물러나 골목 뒤로 숨었다. 그날 밤 집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650. "내가 겪은 '학림' 사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