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보낼 용기
플라타너스 2025/11/1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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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보낼 용기
- 송지영
- 16,020원 (10%↓
890) - 2025-11-04
: 3,755
작년에 221명의 학생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중 내가 상담을 했던 **이도 있다. 서진이처럼 열일곱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울었다. 그래도 살아보려 했던 그 마음들이 떠올랐다. 곧 있으면 **이가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데 여전히 수시로 눈물이 난다.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이는 이 장면을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운전을 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이가 사망했을 때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서 나만의 의식를 치르기 위해 새를 보러 갔다. 새를 보며 마음 속으로 **이에게 잘 했다고 잘 죽었다는 표현이 이상하지만 잘 했다고. 샘은 널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애썼다고. 새가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듯 남은 사람들은 생각하지 말고 내가 널 기억할테니까 그곳에서 잘 지내라고. **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이를 잘 보내준 게 맞을까.
학생들을 상담했던 10년 동안 자살을 막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상담 진행 중인 학생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과장이 아니라 정말 매일 했다. 날을 세우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이런 일을 어디에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 힘들었고 말한다한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해할까 싶어 스스로를 고립시켰는데.. 뭔가 설명하기 힘든데 힘이 됐다.
용기내서 기록하고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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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어른인 나는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렇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을 한 가정의 실패로 돌릴 수는 없다. 끝없는 경쟁을 부추긴 학교와, 아이를 고립시킨 사회의 구조는 결코 한 생의 죽음을 사적인 이야기로만 가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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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도 불쑥 네가 떠오르면
갑자기 밀려드는 그리움을 반기지도 못한 채
짧은 침넘김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하늘을 봐.
그러고 나선 나지막이 읊조리지.
네가 괜찮으면 아빠도 괜찮아.
네가 좋다면 나도 이해할게.
네가 행복하면 아빠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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