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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2
플라타너스  2024/08/16 14:49
  • 삶과 운명 2
  • 바실리 그로스만
  • 15,750원 (10%870)
  • 2024-06-28
  • : 1,611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시대에서 나는 살아낼 수 있을까.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이웃도 믿을 수 없고 끊임없이 검열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냈을까. 본인도 결국 문제를 문제라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모순적인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마냥 탓할 수도 없고 국가를 탓할 수도 없으니•••.

전쟁이 굶주림과 추위로 몸이 죽어가는 것이라면 파시즘은 자칫 자신을 드러내면 언제든지 죽임을 당하거나 내쳐질 수도 있다는 공포로 마음을 죽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외로웠을 것 같다.



“난 노동자-농민 국가가 귀족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관료주의를 보지 않소. 하지만 전쟁 전 노동자인 내가 왜 강제노동을 해야 했을까? 도무지 알 수 없더군. 왜 내게 창고에서 감자 고르는 일을 시키는지, 혹은 거리를 청소하게 하는지 말이오. 난 그저 계급적 관점에서 수뇌부를 좀 비판했을 뿐인데ㅡ그들은 정말 호화롭게 살았거든ㅡ곧장 내 목을 조르는 거요. 내가 보기엔 결국 그것, 노동자가 자신의 국가 안에서 고통을 당하는 상황이 관료주의이고, 그 속에 관료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소.”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났고, 일어났고, 또 일어났다. 끄리모프는 동지들을, 그들에게 죄가 없음을 확신하면서도 제대로 변호하지 않았다. 때로는 침묵했고, 때로는 들리지 않게 나직한 소리로 중얼거렸고, 때로는 더 나쁜 짓도 했다. 침묵하거나 들리지 않게 나직한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이었다. 당 지역위원회에서, 당 시위원회에서, 당 주위원회에서 그를 호출했고, 가끔은 보안부에서 그를 호출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그의 지인들, 당원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번도 동지들을 모함하지 않았고, 죄 없는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도 않았으며, 밀고나 성명을 쓰지도 않았다••••• 그저 자기 친구들을, 볼셰비끼들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그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파시즘의 시대에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인간에게는 목숨을 부지하는 삶보다 더 쉬운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출판사 서평 이벤트를 통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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