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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의 동화 나라

사지에서는 살 길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아마도 살 길이다. 살 길과 죽을 길이 다르지 않다.
적의 후미 너머 먼바다에서, 다시 거꾸로 돌아서는 보름사리의 썰물이 대낮의 햇빛 속에서 반짝였다. 그 물비늘 빛나는먼바다까지, 이 많은 적들을 밀어붙이며 나는 가야 할 것이었다. 거기서 존망의 길이 어떻게 뻗어 있을 것인지는 나는 알 수없었다. 조금씩 일렁이던 물길의 가운데가 허연 갈기를 세우며일어섰다. 물결은 말처럼 일어서서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젊은 날, 국경에서 돌아와 면을 처음 안았을 때, 그 따스한 젖비린내 속에서 뭉클거리며 솟아오르던 슬픔을 생각했다. 탯줄에 붙어서 여자의 배로 태어나는 인간이 혈육의 이마와눈썹을 닮고, 시선까지도 닮는다는 씨내림의 운명을 나는 감당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송장으로 뒤덮인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 서 그 씨내림의 운명을 힘들어하는 내 슬픔의 하찮음이 나는 진실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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