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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는편서풍중
  • 몬스터 차일드
  • 이재문
  • 12,420원 (10%690)
  • 2021-09-10
  • : 30,321
아리랑 TV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VFX 디렉터 인터뷰를 본 적 있다.
아리랑 TV니만큼 한국어 인터뷰에 영어 자막이 달려 있는데
눈에 띄는 점은 [Extraordinary Attorney Woo],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제목이었다.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상한’을 막연히 ‘strange’ 또는 ‘weird’ 따위로 여기던 차에
‘extraordinary’는 정말 뜻밖이었다.

네이버 영어사전에는 extraordinary 를 이렇게 설명한다.
1. 형용사 기이한, 놀라운 (=incredible)
2. 형용사 보기 드문, 비범한; 대단한 (→ordinary)
3. 형용사 격식 임시의
평범함을 넘어서는 ‘대단한’ 뭔가라는 뜻이다.

하긴, ‘우영우’를 생각하면 대단하긴 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잘은 모르지만, 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여러 층위의 장애인이 존재하는데, 우영우는 특출한 재능으로 비장애인과 큰 무리 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다, 맡은 사건마다 족족 남들이 생각 못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니 말이다. 물론 우영우도 갖가지 시련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고,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극심한 왕따에다 친구도 없고, 사랑을 하려니 당사자보다 가족들이 더 걱정이다. 로펌에 취직한 것도 출생의 비밀과 대표님의 음모가 아니었다면 언감생심이었으니.

기막히게도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우영우가 맡은 케이스도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 레즈비언, 강도상해죄로 기소된 탈북인여성, 비장애인 나쁜 남자와 얽힌 장애인여성, 우선 해고된 여성 직원, 어린이해방군이라는 정신이상자 같은 사상가, ... 흔히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하는 이상하고 이상한 이들이다.


[몬스터 차일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영우와 그들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쏙 빠져들 만큼 재미있는 동화를 본다는 기쁨은, 그것이 간결한 문장에다 사건 전개가 빠르고, 어린이 주인공이 주변의 차별과 혐오를 부수고 성큼성큼 성장하는 데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무겁지도 않게, 경박하지도 않게 풀며 ‘다름’을 여전히 ‘차별’과 ‘혐오’, ‘편견’으로 보는 우리의 인식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털북숭이 괴수로 만드는 MCS는 가상의 병이다. 그래서 MCS에 걸린 사람은 책 속 인물인 하늬나 연우가 아니라, 우영우가 그렇고, 방구뽕이 그렇기도 하다. 정말로는 우리반 자폐학생이었던 김OO이기도, 우리학교 탈북 학생 원O, 벤 선생님의 게이 처남이기도, 귀신을 본다는 우리 교회 청년이기도, 남편의 지인인 제주 구럼비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님이기도 하다. 꼽아 보니 내 주변에도 적지 않구나 싶다.

그렇게 ‘이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책에서처럼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아니라는(155쪽) 걸 안다. 알면서도 때때로 나랑 달라서 오는 이상함 때문에 불편과 불안을 느끼고, 과도하게 괴상하게 여기며 나도 모르게 혐오와 차별을 저지르게 된다. 가만 보면 그들은 'strange'가 아니라 'extraordinary'일지도 모르는데. 아니, 'strange'면 어떻고, 'extraordinary'면 어떤가, 이상하든 비범하든 '다름'을 이상하게 여기는 내가 문제인걸.

그래서 우영우가 최수연에게 ‘봄날의 햇살’이라고 한 말이 특별하다. 최수연의 자기 평가나 주변 인물이 최수연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라, 햇살을 느낀 당사자에게 직접 듣는 말이기에 그 감동은 더욱 크다. [몬스터 차일드]에서는 하늬에게 연우가, 연우에게는 강규철 소장님이 그랬다. 하니와 연우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며 변화하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도 되잖을까? 너와 내가 ‘이상한’ 삶을 살 때 봄날의 햇살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는 얼마나 자리잡고 있을까? 답을 못하겠다면 그건 답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리라. 식상한 수사이지만, 다시 나는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이어야만 한다는 걸 기억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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