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하면 뭐가 떠오를까?
영화 인디아나 존스?
땅 파고 있는 인부 옆에서 렌즈 들여다 보는 학자..
나는 무엇보다 슐레이만이 떠오른다.
일리아드에 대한 숭배가 결국 트로이 발굴로 이어지면서 큰 족적을 남겼다.
거기에는 막대한 돈을 대는 재정적 우위와 과학,역사지식 등이 종합되어 작용하였다.
돈도 힘도 지적 우위도 모두 갖춰져야 하는 소위 <제국의 학문>인 셈이다
그 결과물들은 런던의 대영박물관,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 등을 채우게 된다.
제국과 변방의 격차는 크다.
이렇게 발전하게 된 고고학의 강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우선 고고학은 문자 바깥의 세상을 알도록 도와준다.
대표적인 예가 카자흐스탄의 황금인간이다. 얼마전 한국에도 전시가 있었는데 유목민의 화려한 역사를 보여준다. 한국이 금관으로 자랑하지만 아예 몸 전체를 황금으로 두른 것이니 가치를 따지기 쉽지 않다.
이렇게 전 역사를 볼 때 문자를 가지고 기록을 남긴 집단은 소수였는데 그들의 삶을 유적으로 추정해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저자는 그런 예들을 사막에서 발견한 공주 미이라 등등 하나 하나 소개해주면서 독자들의 흥미르 를 일으켜준다.
고고학의 또 다른 무기는 과학이다.
생물,물리 등 과학지식을 활용해서 작은 실물 소재지만 이의 해석을 크게 확장시킨다.
작게는 무덤에 배장된 코린도(월남국수에 들어가는 고수)의 용도가 모기 퇴치용일 수 있다고 저자의 러시아 발굴경험을 빌어 이해시킨다.
크게 응용되는 예는 수도 없이 거론된다.
이렇게 문자를 넘어서 과거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고고학의 위력은 감탄스럽다.
언뜻 생소한 주제인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어 이렇게 연결되구나 하며 술술 이어지는 독서가 된다.
여기에는 저자 개인의 역량과 노력도 큰 역할을 한다.
강교수는 다채로운 지식을 섭렵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토토로의 등장 인물이 사실 고고학자였다는 화제, 또 다른 작품 <붉은 돼지> 모델 비행사를 거론하면서 비행사들의 곡예 비행 과정에서 항공고고학의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는 일화도 재밌고 유익하다.
이렇게 흥미로운 고고학이지만 출발에서 본 제국과 변방이라는 격차는 여전히 유념해야 한다.
일제가 고고학 지식을 독점하느라 해방 직후에도 한국에는 고고학 발굴 인력이 전무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박물관 전문가를 1년여간 남겨 기술을 전수 받게 된다.
그 전에 발굴된 자료들이 국립박물관에 남아 있지만 해석하는 눈이 약했던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최근 제국과의 격차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
금융위기 이후 굴기하는 중국은 역사공정을 크게 일으켜서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의 역사 리라이팅 작업에는 특히 홍산문화라는 고고학 발굴을 기반으로 삼았다.
그렇지만 만주라는 거대한 영역은 과연 중국적이었을까?
우리는 또 만주에 대해 충분하게 알고 있는건가?
혹시 물길이라고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다. 말갈과는 다른 종족으로 후일 청을 건국하는 여진으로이어진다. 이런 세세한 차이에 대해서 잘 읽어내는 서술은 부족하다.
저자가 국내에서 석사까지 하고 박사는 러시아로 간 덕분에 연해주 지역의 다양한 유적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가령 발해가 과거 고구려와도 다르게 연해주에 지배영역을 만든 이유도 흥미롭다. 인삼 모피 등 경제권과 관련 많다는 주장인데 문외한인 내게는 꽤 신선하게 들렸다.
고고학이라는 낯선 학문에서 이렇게 많은 흥미를 뽑아낼 수 있었는지 내게는 정말 감탄스러운 독서였다.
저자의 솜씨와 노력에 다시 한번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