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랜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자바와 발리에서 현지조사를 한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책들 중 번역된 <문화의 해석>과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 <문화의 해석>은 인류학 교재로 널리 쓰이고 있으니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이 책을 인도네시아를 소개하는 책, 특히 기어츠가 살펴본 1950년대 민족국가 건설 시기를 다룬 역사책으로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농업의 내향적 정교화>는 경제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특히 흥미로운 주제일텐데 일부 마을의 사례를 통해 식민지시기 자급용 작물과 환금성 작물인 벼와 사탕수수를 어떻게 키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바가 인구증가와 식민지 수탈에도 불구하고 굶지 않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극장국가 느라가>가 2017년 출간되었다(인도네시아의 계층+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세 집단을 분석하는 <자바의 종교>가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에도 인도네시아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 대한 내용이 여기저기 보인다. 베네딕트 앤더슨에게 인도네시아는 그가 사랑해마지 않았지만 수하르토 집권기간 동안 가지 못했던 필드였다. 그가 쓴 인도네시아에 관한 책은 참으로 많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 소개된 책은 없다. Language and Power가 꼭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


국내 학자들 중에도 인도네시아를 필드로 연구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분들의 책.

인도네시아에 관한 책이 아니지만 인도네시아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책들이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세계지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관한 책들이다. 보통 1965년 학살과 그 배경, 뒤에 도사린 미국의 음모를 다루고 있다. 촘스키의 <정복은 계속된다>는 5장 "인도네시아를 장악하다"에서 1965년에 관해, 전직 경제저격수의 <경제저격수의 고백>은 1965년 이후 자신이 인도네시아에서 벌인 경제 저격 활동에 관해 싣고 있다. <미군과 CIA의 잊혀진 역사>는 9, 10장에서 미국이 수카르노를 제거하기 위해 벌인 음모에 관해 다룬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문호인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부루 4부작 중 1부인 <인간의 대지Bumi Manusia>만 오래 전 번역됐지만 중역이고 그 후론 소식이 없다. 다만 인터뷰집인 <작가의 망명>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부루 4부작만이라도 번역출간되기를 바란다. <인도네시아 문학의 이해>는 프라무댜 뿐 아니라 목타르 루비스, 우마르 까얌 등 인도네시아 문학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알라딘 목록에는 없지만 <계간 아시아> 18호(2010년 가을)는 인도네시아 문학 특집으로 여러 인도네시아 작가를 다룬다.


국내에 소개된 인도네시아 문학 작품: 여성작가 아유 우타미의 <사만>. 발리 출신 여성작가 오까 루스미니의 <발리의 춤>, 세계문학계에 떠오르는 샛별 에카 쿠르니아완의 장편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와 <호랑이 남자>.

인도네시아가 주요무대인 또다른 책은 식민지시기 일본점령지였던 인도네시아에 일본군으로 징용됐던 조선의 청년들이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이 참여하고 건국영웅이 된 이야기를 담은 르포르타쥬 <적도에 묻히다>.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셀러브리티" 페미니스트 줄리아 수르야쿠수마의 <나의 이슬람>이 있다. <20세기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동남아 각국의 현대사를 잘 보여주는데 인도네시아 현대사에 관심있다면 찾아볼만 한 최선의 한국어 문헌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책으로 <동남아시아 현대사와 세계열강의 자본주의 팽창>이 있다.국제분쟁기자 정문태의 <현장은 역사다>는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을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 여행기는 많지 않다. 유재현의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1부는 수하르토의 묘지, 반둥회의가 열렸던 반둥, 바탐섬 등을 소개한다. 일러스트 작가 이다가 발리 특히 우붓의 일상을 소개한 <내 손으로, 발리> 등.
인도네시아 다큐멘터리에 관해서는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오늘>이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2015년 발간된 <아시아의 민중봉기>는 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에 한 장을 할애한다. 인도네시아의 문인/언론인 목타르 루비스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전장을 둘러보았다. 그 흥미로운 기록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네덜란드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자가 남긴 인도네시아 자바 위안소에 관한 증언 <나는 일본군 성노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