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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hon의 서재
  • 은퇴의 정석
  • 문진수
  • 18,000원 (10%1,000)
  • 2024-06-28
  • : 1,150

“은퇴retirement란 차에서 내릴 때가 아니라 바퀴tire를 갈아re 끼울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66쪽)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실제 평균 수명이 100세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다. 아주 많이. 그말인즉슨, 정년퇴임 연령이라는 60~65세 이후에도 여생이 수십년이나 된다는 의미다. 사회 및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정년 이후 우리는 직업도, 건강도, 때에 따라서는 취미도 잃는다는 데 있다. 수십년 동안 돈도 벌지 않고 하는 것도 없이 대체 어떻게 산단 말인가.


그렇기에 취직을 하고 나면 생각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은퇴 이후의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 계발, 이직 등등 고민해야 할 건 많을 거다. 그러나 은퇴 후 삶도 건강처럼 적금 들 듯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그 때 닥쳐서 무언가를 하려면 늦는다. 우리네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아닌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래서 관심을 갖고 읽게 된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의 <은퇴의 정석>. 아직 중년도 되지 않은 나이에 무슨 은퇴 관련 책이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은퇴는 언제 생각해도 이르지 않다. 심지어 요즘은 젊을 때 열심히 달려서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의 삶이 또 유행이지 않은가.


<은퇴의 정석>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된다. 1장은 생애 주기 곡선의 변화, 정년과 은퇴를 바라보는 시선, 반환점을 통과한 이들의 실제 삶, 삶의 후반부를 떠받치는 기둥에 관하여 논한다. 2장은 본론으로 들어가, 은퇴 후 삶에서 중요한 네 기둥, 즉 돈, 건강, 놀이,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시한다. 좋은 삶을 살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살핀다. 3장은 주체적인 태도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제언이 담겨 있다.


​미국 심리학자 캐럴 리프Carol Ryff에 따르면, “좋은 삶을 구성하는 6가지 요소”는 "자기 수용, 개인의 성장, 자율성, 숙련, 만족스러운 관계, 삶의 목적”(12쪽)이라고 한다. 안다, 우리 모두가 안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안정이 필요하다는 걸.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고, 방법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라는 게 또 다른 문제다.


​우리는 대개 중장년을 거친 뒤의 인생 곡선을 하향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래의 그림처럼, 마치 낙타의 등과 같이 두 개의 봉우리가 존재하는 그래프가 인생 곡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명이 짧았던 머나먼 과거였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산 모양의 그래프가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80세를 훌쩍 넘어 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진 지금, 후반부 인생의 삶의 질을 그래도 중간으로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이제는 산봉우리 그래프는 맞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도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양봉 그래프를 만족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건강, 놀이, 관계’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건강이 전제되어야 하며, 자신만의 놀이가 있어야 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58쪽)


책에 제시된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인구의 생활비 충당 방식은 아래와 같다.


-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 10%

- 연금 소득으로 사는 사람: 22%

- 계속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 44%

-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 24%


​우리는 막연하게 ‘나이 들면 좀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돈은 절로 생기지 않는다. 돈은 벌어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저금은 어렵다. 아이가 있다면 (부부의 수입이 높지 않은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한 두 쌍의 부부 중 자식을 낳고 기른 부부는 하위 64%에 포함되어 있었고, 딩크족으로 산 부부는 예외 없이 상위 10%에 들어 있었다.”(77쪽) 


그래도 결국 해답은 아끼는 것, 그리고 모으는 것이다. 뛰어난 재산 운용 능력이 있어서 한 해에 몇십 퍼센트 씩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이 역시 기본 자산이 있어야 가능하다), 답은 하나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답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지만, 정석은 괜히 정석이 아니다.


건강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아프면 돈이고 뭐고 다 소용 없다. 게다가 아프면 나만 힘든 게 아니라 온 가족이 고생한다. 젊을 때 건강은 노년의 건강을 빌려다 쓰는 거라고, 저축처럼 건강도 젊어서 관리해야 하는데. 아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특히 공감되는 부분은 ‘놀이’였다. “퇴직과 정년, 은퇴의 강을 건너면 보통 짧은 휴식기를 갖는다. (…) 하지만 여가와 휴식의 유효 기간은 길지 않다. 반복될수록 흥미가 줄고 한계 효용이 체감한다. (…) 그리고 이 시기가 지나며 불안과 우울, 공허감 같은 감정이 밀려온다. 긴 세월 동안 일에 중독된 사람들이 마주하는, 일종의 금단현상이다.”(111쪽) 그러나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결국 종일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하루를 보낸다. “우리나라 중장년과 시니어들은 어떻게 여가를 보내고 있을까? (…) 40대 이상 연령층의 주중 여가 활동 내용을 나타낸 것이다. 동영상/콘텐츠를 시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비율은 매우 높지만 취미나 스포츠, 문화 예술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것 이외에 ‘놀이’에 할애하는 시간은 적다는 뜻이다.(134쪽) 


​우리 부모님만 봐도 알 수 있다(물론 아직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지만 간혹 쉬는 기간이 생길 때).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진행하는 문화 강좌 같은 것을 추천해 드리려고 해도, 일단 그마저도 ‘수강신청’이 치열하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꺼려하는 경향 탓에, 결국 종일 집에서 TV를 보시거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신다. 유일한 활동은 하루 두 번, 2시간 씩 산책 나가시는 것. 그거라도 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필자의 관찰에 따르면 정년퇴임 후 다시 돈 버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도 놀이가 없는 이보다 자기만의 놀이를 가진 이가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었다.”(132쪽)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모두 아는 이야기인데, 이게 정답이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지 않는다.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그 안에서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 누군가를 흉내 내려고 애쓰지 않고, 고유한 색깔과 모양으로 인생이라는 작품을 조각해 나간다.”(250쪽) 이는 비단 인생 후반부를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전연령대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어렵다.


​“인생은 시간, 돈, 꿈의 함수다”(251쪽) 결국 인생을 구성하는 요소는 누구에게나 (양은 다를지언정)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것을 얼만큼 불리고 빼고 곱하고 나누어서 어떤 값을 도출하는지는 (거의)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주체적인 삶’, ‘주인이 되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책. 삶의 방향과 가치, 혹은 은퇴 이후의 삶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 하니포터8기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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