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을 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팬데믹을 언제 겪었냐는 양, 사람들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영화관에서는 아무런 불편한 없이 음료를 마시고, 공공장소에서도 마치 내 침을 최대한 멀리 분사하겠다는 듯이 공중에 대고 재채기를 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확진되고 있고, 이제는 코로나19를 넘어 타국에서는 기존의 그리고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을 가축화한 이래로 인간과 동물을 전염병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항체가 없던 초기에는 물론 치명적이었겠지만, 가축 산업이 본격적으로 공장화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지구가 ‘세계촌’이 되기 전까지 인간은 그럭저럭 괜찮았을 것이다(흑사병 같은 특이 사례를 제외하고). 하지만 가축업이 공장화가 되어 동물에게 온갖 약물을 투입하고 비행기가 전 세계를 누비며 세계를 하나의 마을로 만들어 버린 뒤로 전염병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다. 당장 3년 전 경험하지 않았나.
“왜 돼지가 행복해야 할까?”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돼지 복지>는 묻는다. 왜 돼지가 행복해야 하냐고. 가장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답은 이것이다. 인간이 돼지를 먹기 때문이다. 돼지의 복지와 건강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보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된 항생제는 사육 단계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발현과 전이를 초래하고, 결국 그 화살은 인간에게 돌아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게 된다. 가축 사육 단계에서 항생제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200)
“최근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체들이 생겨난 것도 그동안 축산농가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이제는 항생제 내성균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축에서 시작된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되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균을 꼽기도 했다.” (219)
그리고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다면, 동물들에게도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도 고통과 통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유일한 지성체이자 의식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비록 다른 동물 대비 두뇌가 크게 발달해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만이 의식이 있고 고통을 느낀다는 건 오만하며 잘못된 생각이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실험용 생쥐들은 안구 주위가 둥근형에서 타원형으로 변하고 콧잔등과 뺨이 부풀며 귀는 등 쪽으로 젖혀지고 수염은 얼굴 반대 방향으로 뻗친다.” (112)
살아 있는 문어나 주꾸미를 끓는 물에 넣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된다. 다른 생명체를 펄펄 끓는 물에 산 채로 집어넣다니. 입장을 바꿔서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이것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단번에 이해될 것이다.
“관행 농가에서는 새끼 돼지가 생후 2~3일이 되었을 때 거세와 꼬리 자르기를 한다.” (33)
“산란계 품종의 수평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고 육계보다는 성장이 뒤처지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분쇄기로 이동 후 생을 마감한다. 분쇄된 사체는 ‘생산성’이 더 나은 동료들의 먹이로 이용된다.” (90)
마취도 하지 않은 채로 새끼 돼지를 물리적으로 거세하고(칼집을 내어 나머지는 잡아 뜯는다고 책에 적혀 있다,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꼬리를 잘라 낸다. 막 태어난 수컷 병아리는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져 다른 병아리의 사료가 된다.
“(…)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설과 기술이 농장동물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에서 농장동물들의 행동, 습성, 감정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89)
틀에 옆으로 누운 채 기계적으로 새끼 돼지들에게 수유를 하고 있는 어미 돼지의 모습.
공동 사육 공간에서 지푸라기 위해 누워 수유하고 쉬고 있는 새끼 돼지와 어미 돼지들.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한 이래로 인간의 바이오매스를 급격히 늘려 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먹이가 되는 가축의 바이오매스도 급격히 늘었다. 그리고 또 그 과정에서 야생 동물의 바이오매스는 급속도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나의 종이 전 행성에 걸친 생태계 전체를 이렇게나 재편하다니, 어떤 면에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만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다른 생명체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대기를 데우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상기후와 전쟁, 식량난 등의 형태로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나는 조금 감정적으로 접근했지만, 윤진현 교수의 <돼지 복지>는 동물복지를 조금 더 실증적으로 탐구하고, 데이터를 제시하며 현실적으로 복지를 고려한 농장 운영 방안을 제안한다.
“이 두 가지 문항*의 결과로만 보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양돈 농가가 동물복지에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306)
*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지,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양돈 농가의 60%는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할 의향을 보인다. 그러나 정작 실제 인증을 받은 농장은 0.3%에 그친다. 그들에게 농장은 생업인데,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손해를 내면서 복지 인증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 해외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는 이 책을 축산업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꼭 읽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하니포터8기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라면 마트에 진열된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도 당연히 원산지, 신선도, 친환경, 무항생제 등 최소한의 항목은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가 어떻게 키워지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된다면 다른 식재료를 구입할 때와 달리 불편한 감정을 마주해야 하기에 더욱 쉽게 외면한 것이 아닐까.
- P39
최근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체들이 생겨난 것도 그동안 축산농가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이제는 항생제 내성균이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축에서 시작된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되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균을 꼽기도 했다.
- P219
양적인 면에서 보면, 전체 항생제 사용량 중 축산농가의 단위당 항생제 사용량이 가장 많다. 특히 양돈 농가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현대식 양돈 농가의 경우 돼지의 성장 정체를 유발하는 질병들이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데, 이러한 사육 환경에서 항생제는 가장 저렴하고 일손이 덜 가는 해결 방법이다. 그러나 항생제의 약효는 오래가지 않는다. 바로 병원균들이 내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