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Committed'다. commit라는 단어는 저지르다, 맡기다, 헌신하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번역 제목인 ‘의미들’이라는 표현과 연결해 보면, 우리의 삶은 일종의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에게 발생했거나 저질러진 사건’, ‘아무런 단서나 방향성 없이 맡겨진 어떤 미션’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배웠던 실존주의가 떠올랐다.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으로 ‘피투된 존재’, ‘주체’, ‘주관’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것처럼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존재이지만,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우리의 주관이라는 뜻을 이끌어낸다. 탄생은 수동적이었으나 그 해석과 의미 부여의 몫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인 수잰 스캘런이 앞서 언급한 내용의 차원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회고의 기록이다. 정신병동 생활이라는 흔하지 않은 경험과 그 경험을 하게 만든 앞뒤 삶의 맥락을 통해 이 시대에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작가의 성찰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서 저자의 삶을 다시 온전한 궤도로 돌려놓은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독서였다. 그래서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와 책들을 소개하고 있고, 그 안에 담긴 깊이 있는 문구, 치열한 삶의 고민으로부터 도출된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부서지기 쉬운 유동적 존재다. 그런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식은 없다. 자신의 방식으로 녹여내야 한다. 이런 숙제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책읽기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하는 방법을 배우는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다. 책읽기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책에 안기는 일이기도 하며, 책이 존재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능력도 높아진다.
저자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책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면서 그 자신을 옭아매던 문제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었는지, 혹은 자유로 향하고 있는지를 촘촘하면서도 높은 가독성의 문장으로 풀어낸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글이 잘 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읽고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생각 자체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초반에 언급한 실존주의의 관점에서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