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삶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의미 있는 사랑을 한 상대 게이브리얼과의 이별,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이별 뒤에 늘 자신을 안정적으로, 일편단심 바라봐 준 남자 프랭크로부터 위안을 받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게 되는 여주인공 베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바비는 무엇보다도 가장 찬란한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불행이 찾아온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것이다. 그 슬픔은 두 사람의 생활 이면에 늘 불안요소로 자리 잡아 있다. 슬픔의 맥락 위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과거에 그토록 사랑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자가 마을로 돌아온다. 그 남자 게이브리얼이 돌아오는 장면이 소설 거의 초반부에 나오는데, 사실 나는 이 초반부터 이 남자의 심리가 불편했다. 도대체 왜 과거의 그 시절, 사랑의 추억으로 가득했던 그 마을, 베스가 여전히 살고 있는 그 마을로 돌아가 이혼 후 아들과의 삶을 이어가려 했을까. 양심도 배려심도 없는 인물 아닌가. 하긴 작가라는 예술가적 정신은 그런 윤리의식 따위 중요치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상태만 기준으로 살게 하는 모양이다.
베스 또한 이해되지 않는 인물의 심리다. 아무리 사랑 또는 사랑의 관능에 사로잡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삶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여주인공의 생각은 상식적이지 않다.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어떻게 시시콜콜 각 가정의 사정을 거의 공유하다시피 하는 시골의 가치관이 공고한 마을에서 살아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삶을 놓지 않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한 베스가, 게이브리얼이 마을로 돌아온 순간부터 이미 과거의 가장 빛나던 사랑이 다시 불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리고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이라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야 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사랑에 마음과 몸을 불태운 대가는 혹독했다.

이 소설은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사랑의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 상식적인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랑은 그 자체로는 고귀하고 중요한 삶의 본질이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너무나 흉한 것으로 변질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만약 당신이 해서는 안 될 사랑을 바라고 있다면, 해도 되는 상황으로 정리부터 하라. 그런 상식적인 사고 과정이 불가능한 것이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욕망에 휩싸인 동물에 불과하다. 아니, 동물보다 못한 존재라고 해야겠지. 사랑을 모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