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두 편 있었는데, 하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왔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고 다른 하나는 멜 깁슨이 감독한 ‘아포칼립토’라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거기에서 다뤄진 북미 인디언 원주민이나 중남미 마야 부족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이들이 순진무구하기만 한 원시 부족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 역시 문명권의 사람들처럼 서로 경쟁하고, 침략하며, 이익을 위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그때까지 미디어를 통해 원주민들은 무조건 불쌍한 피해자, 서구인들은 무조건 나쁜 침략자라는 프레임으로만 봐왔었기에, 이 두 영화가 보여준 원주민에 대한 관점과 묘사는 신선했다. 그러니까 서구인이 굳이 침략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계속 치열한 역사를 쌓아왔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피해자의 프레임으로 이해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인식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는 책이 바로 『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멕시코의 조상 격인 아즈텍 문명이 스페인 탐험대/군대에 의해 몰락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여기서 짚어볼 것은 아즈텍 문명의 야만성에 관한 것인데,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한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는 인신공양에 대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배를 갈라 심장을 바치는 제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잔혹성과 야만성은, 서구 문명의 침략이라는 관점에서 봐도 매우 공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또한 당시의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침략의 정당성을 위해 과장한 것에 불과하며, 외부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잔인하게만 보이는 이런 모습들도 현지 문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한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서구인들의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현지 언어의 기록을 토대로 당시의 상황과 맥락을 드러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신공양이라는 무시무시한 표현으로 묘사되는 제의의 이면에 왜 이런 일이 가능했고 심지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 밝히는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역사든 편향된 시선으로 보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이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그러나 앞서 두 영화의 사례에서 보듯, 아즈텍 문명이 이뤄지기까지, 또 무너지기까지 그들 역시 서구인들처럼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저질러왔던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