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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를 위한 준비
  •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
  • 에드워드 브룩 히칭
  • 25,200원 (10%1,400)
  • 2025-09-23
  • : 2,815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우선 잘 읽히는 번역이라 좋았다. 그런데 그에 비해 제목을 ‘사랑으로 읽는 세계사’라고 한 것은 약간 아쉽다. 오히려 표지에서 부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문구 중 ‘1만 년 역사에 새겨진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이라는 내용을 살린 제목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맥락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짚은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개념 혹은 현상을 둘러싼 인상적이거나 특이하거나 기이한 사건들의 모음집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대건 작가가 이 책의 추천사에서 그런 점을 잘 짚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인류의 사랑에 관련된 유물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방대하게 소개하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p.4)

가장 인상 깊은 사랑의 사건은 무엇일까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례가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단테와 베아트리체 이야기에 이르러서야 맞아, 이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러브스토리였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보통 사랑의 가치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인 애정의 양과 깊이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에서 감동을 주기 마련인데, 평생 단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던 베아트리체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느끼며 감동과 행복을 느낀, 그러면서도 위대한 문학적 업적을 남긴 단테의 사례는 내게 뭐라 표현하기 힘든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고대의 흔적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포옹하는 형상으로 남겨진 유해들이었다. 죽음의 순간을 함께하며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든 커플들의 형상은 내게 또 다른 감동이었다. 손을 꼭 잡은 모습, 부둥켜 안은 모습, 결코 분리되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지는 마지막 순간들이 내게 사람의 온기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암석 재료로 남아 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형상들 역시 시간을 초월하는 사랑의 가치란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사랑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름답거나 빛나는 느낌뿐만 아니라 기괴한 형상의 기록으로 사람들이 사랑을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보여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죽었지만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그 시신을 자리에 앉혀 여왕 책봉식을 거행했던 포르투갈의 페드루 1세의 이야기나 정조대 이야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나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필립 라킨이라는 시인이 쓴 「아룬델 무덤」이라는 시의 다음의 내용이다. “두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들의 마지막을 장식한 그것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진실에 가깝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 중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 말이다”(p.127) 저자는 이 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쓴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부분을 마지막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바로 우리 중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라는 사실 말이다” 모든 것이 흩어져 사라질지라도 마지막까지 남을 그것, 세계의 본질, 그것은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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