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환경이나 기후위기와 관련한 책이나 기사들을 접하거나, 그에 관한 글을 써야 할 때 늘 떠오르는 책 제목이 있다. 녹색평론사에서 나온 C. 더글러스 러미스라는 사람이 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란 책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풍요로울 수 있다’다. 다만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풍요나 만족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준이 재정의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답은 슬며시 바뀐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 나아가 자본주의가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질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라며 핀잔을 듣기 딱 좋다.

『우리가 말하지 않는 지구』는 위의 책이 던지는 물음에 왜 그렇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답을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과도하게 생산되는 의류, 과도하게 생산되는 음식, 과도하게 생산되는 전자기기 등 물품이 넘쳐나는 시대. 풍요로워 보이는 시대. 하지만 이 풍요는 진정한 의미에서 풍요가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를 갉아먹는 수단으로서 점점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 수요를 초과하는 너무나 많은 생산품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뒤덮기만 한다면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이것이 쓰레기로 바뀐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의 본질은 멀쩡한 것도 자본주의의 순환을 위해 쓰레기로 취급받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생산과 유통, 폐기’라는 사이클은 이 책이 문제 삼고 있는 환경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순환시스템이 자리 잡게 된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쓰레기로 변하는 물품들이 쌓이고, 이것들이 환경 및 기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인류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의식 있는 사람들의 문제 제기는 극단의 반응과 평가를 낳는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의 삶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감각은 착각이라고 할 수 없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과도한 생산과 유통, 폐기로 인해 빚어지는 환경 문제나 기후 위기의 피해를 가장 먼저, 많이, 치명적으로 입고 있는 것이 제3세계의 사회적 약자들, 특히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휘황찬란한 최첨단의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비인간적이고 비참하고 몰상식한 대우를 일부 국가와 사회계층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명의 민낯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수많은 매체를 통해,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지 매일 목격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진실이 가려져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가려져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우리는 어느 정도 진실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먼저 불편을 감수하며 손해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결국 인류는 멸종하고 말 것이다. 그때가 곧 지구가 진정한 안식을 취하게 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