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이자 오랜 시간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서 있었던 톰 행크스가 이번에는 작가로 독자들 앞에 섰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 그의 첫 장편소설로(2017년에 단편집을 출간한 바 있다), 제목 그대로 하나의 “걸작”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영화 제작의 기술적 과정을 나열하거나, 대스타의 자전적 경험담을 풀어놓는 책이 아니다. 이 소설은 영화라는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결과물 뒤에 존재하는 무수한 이름 없는 노력들, 보이지 않는 땀방울과 그 안에 깃든 인간 군상의 이야기다.

소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층적 구조를 지닌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병사 밥 폴스, 그를 기억하는 어린 조카 로비, 이후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로 성장하는 로비의 이야기, 그리고 수십 년 후 로비의 만화를 발견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는 감독 빌 존슨의 현재 이야기까지. 이들 각기 다른 시대와 삶이 하나의 영화로 응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영화’라는 형식 안에 과거와 현재, 기억과 예술, 개인의 서사와 대중문화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톰 행크스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얼마나 세심하게 그려내는가이다. 스타 배우나 감독만이 아니라, 조명팀, 분장사, 현장 매니저, 운전기사까지—하나의 장면이 촬영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동이 맞물려야 하는지를 이 소설은 집요하리만큼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의 시선은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따뜻하며, 무엇보다 그들의 수고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톤을 유지한다. 실제로 톰 행크스는 영화 현장에서 오랜 시간 몸으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세계의 복잡성과 매력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야기의 플롯은 느리게 전개되며, 인물의 수가 많은 만큼 초반에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만큼 읽는 이에게 다양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채로운 창을 제공한다. 어떤 인물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삶을 바꾸고, 어떤 인물은 영화라는 이름 아래에서 상처를 회복한다. 이 소설의 진짜 감동은 그렇게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물리적 과정만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걸작’이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누군가의 꿈과 기억, 상처와 회복, 열정과 실패가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조용하고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영화가 그저 스크린 위의 오락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시간을 담아내는 복합적 예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스타 배우가 작가가 된다는 것은 때때로 대중의 호기심에만 기댄 결과물로 소비되기 쉽다. 그러나 톰 행크스는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유명인의 외도에 그치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한 편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진심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에,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창작과 예술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영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은 따뜻한 카메라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