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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를 위한 준비
창문 너머로
별보는사람  2025/02/28 23:41
  • 창문 너머로
  • 제인 모리스 구달.제인 구달 연구소
  • 27,000원 (10%1,500)
  • 2024-12-13
  • : 935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간의 인식은 어느 시점부터 매우 천박한 상태로 지속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판단되고 있었다. 철학과 과학기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때부터였을까. 외부 자연환경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우리 조상들도 우리와 비슷한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었을까.

과거의 사람들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지독했을지도 모른다. 오로지 약육강식의 원리로 모든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지금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 생존에 대한 순수한 본능과 욕구에 의한 것이 다였다면 차라리 동물적 순수성으로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성, 인간다움의 조건 중 하나는 자아와 타자의 구분, 나와 나 아닌 존재의 차이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그런데 나 또는 우리의 영역 밖에 있는 존재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고, 대상을 나와 같은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나의 욕심에 따라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가능해지면서 인류의 역사는 위선과 모순으로 점철된다.

특히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인간의 대우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행해졌다. 무자비한 동물 실험이나 무절제한 사냥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런 파괴적인 태도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이렇게 인류는 편을 가르고 상대 집단에 대해 비인간화라는 작업을 거쳐 잔혹한 일을 아무 죄의식 없이 저지른다. 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비극에 대한 감각을 더욱 무디게 만들었다.

이런 세상의 끔찍한 흐름을 거스르는 위대한 정신의 시도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희망의 이유』, 『인간의 그늘에서』 등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제인 구달 박사일 것이다. 『창문 너머로』는 원서의 첫 출간 시점이 30년 연구를 정리한 1990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것은 20년이 흐른 2010년에 추가된 내용을 합해, 제인 구달 박사의 50년 침팬지 연구를 망라한 것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과학자의 글쓰기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려한 문장은 읽는 이에게 독서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나아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부담 없이 습득하게 해준다. 마치 영상물을 보는 듯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은 전에 제인 구달이 출연했던 다큐멘터리를 봤던 영향일까. 아무튼 탄자니아 곰베 지역에 와 있는 듯, 그리고 침팬지들의 삶 하나하나에 다양한 감정으로 공감하도록 이끄는 세심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창문’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의미한다. 인간이 모든 것의 척도일 수가 없다는 겸손함,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태계 내 생명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작용하는 관점과 태도야말로 지속적인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침팬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침팬지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근본적인 통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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