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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상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다
  • 전지영
  • 12,150원 (10%670)
  • 2019-07-25
  • : 420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읽어야 할 책을 두 권 골라야 했는데, 종종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고, 책을 골라야 하는 그 순간 이 책이 떠올랐을 뿐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마치 여러 사람에, 바쁜 생활에 지쳐 있었던 나에게 "너를 상하게 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도록 해."하고 말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아주 간단히 줄여 적자면 다음과 같다. 책의 저자는 디자이너로 여러 해 동안 아주 힘들게 몸을 혹사 시키며 일을 해오다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일하면서 종종 배웠던 요가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깊게 배우고 공부하여 현재는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과거의 여러 사건들과 요가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 그리고 저자에 대해 아주 덤덤한 어투로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독자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그런 책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꾸밈없고 어렵지 않은 어투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아주 작고 비교적 얇은 책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에세이의 장점은 자연스레 저자와 나의 삶을 번갈아 보며 위로받을 타이밍에서는 충분히 위로받고, 질책 받을 타이밍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혼자 스스로를 반성하고 질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 원래부터 약하게 태어났다거나 병에 시달리는 몸은 아니지만, 타고난 귀차니즘으로 인해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운동 부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했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괜찮았던 근육량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말랑한 지방으로 바뀌었고, 사실 아직도 바뀌고 있다. 운동이 부족해서 몸이 안 좋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요새 특히 더 그렇다고 느끼는데, 올해 초까지만 해도 겨우 흥미 있는 운동을 찾아 꽤 꾸준히, 주 3회 이상 운동을 했기 때문에 아주 최소한은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염병이 퍼지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최대한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나마 하던 플라잉 요가조차 그만두었고, 집에서 혼자 하는 운동에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운동을 그만둔 후로 점점 몸이 약해지더니, 요새는 알 수 없는 어지럼증에 시달린다. 그냥 일을 하다 보면 멀미하는 것처럼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나는 귀의 문제라고 생각해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아봤는데 딱히 나온 소견은 없다. 그래서 내가 혼자 내린 결론은 영양소 부족과 운동 부족.. 오늘 아침에는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왔다. (평소에는 버스를 이용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무 운동이나 시작'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고 여러 번 말한다.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 혹은 꾸준히 할 마음이 있어 노력을 기울였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있고 맞지 않는 운동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운동'이라면 모두 몸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냥 냅다 시작해서 억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운 좋게 시작한 그 운동이 잘 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운동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운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들렸다.

위에서 언급한 플라잉 요가는 해먹에서 진행하는 운동인데, '요가'라고 불리긴 하지만 내 생각엔 일반 요가와 매우 다르다. 플라잉 요가를 배웠던 학원에는 책에서도 언급한 아쉬탕가 요가 수업도 진행해서 몇 번 들어봤는데, 저자처럼 나도 근력이 매우 부족했지만 충분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딱 요가 수업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정적이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플라잉 요가는 그보다는 동적이지만 어쨌든 올바른 동작을 취하고 그 동작을 몇 초간 유지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같은 결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에게 아주 커다란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위로하려고 부지런히 애쓰는 듯한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특히 모두 '바쁨'을 강요받는 한국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마치 요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처럼 고요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책과 나만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또 지루한 교정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 그냥 평생 해야 하는구나.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손상된 골반과 무릎 관절은 이후로도 계속 요가를 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 결함은 이미 나의 일부였다.- P38
요가를 하는 사람은 평생 학생으로 산다고 한다. 나 역시 요가를 가르치는 강사 이전에 요가를 배우는 학생이었고 언젠가 <요가 디피카>에 실린 모든 아사나를 자유롭게 수련하는 날을 꿈꾼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노력이 시간 낭비라고 여기지 않는다.- P133
지금에 이르러서야 내가 씨앗이 아니라 씨앗을 수려한 나무로 성장시키는 정원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씨앗은 운이 사나우면 메마른 아스팔트에서 그대로 죽어 버리거나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는 음지에 떨어져 앙상하게 뒤틀린 모습이 된다. 하지만 정원사는 열악한 장소에 떨어진 씨앗을 비옥한 토양으로 옮기고 햇볕을 가리는 방해물을 치우고 쓸데없는 잔가지를 자르고 매일 듬뿍 물을 준다. 자신을 결정권이 없는 씨앗으로 제한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능동적으로 대하지 못했다. 그저 운좋게 햇볕을 쬐거나 누군가의 돌봄으로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P202
나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오늘이 고마웠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로 향할 때마다 고속도로에서 왕복 다섯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 아래 동료 강사들과 땀을 흘리면서 요가를 수련하는 지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의미가 있는 것은 먼 훗날의 나, 혹은 과거의 내가 아니라 오직 지금의 나였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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