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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8,400원 (420)
  • 2020-01-31
  • : 4,79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작년에 전주로 놀러갔을 때 독립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원래 친구 생일 선물로 골랐는데..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한다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서 친구 선물은 다른 걸로 다시 구매하고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소장해왔다. 독립 서점 주인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기억이 있는데,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해주면서 특이하면서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했다. 방구석 북클럽이 만들어지고 읽고 싶은 책을 두 권씩 고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이 책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이 가히 내 인생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장면들을 상상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쉬운 문체로 쓰여 있으며, 묘사도 간결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장면이 쉽게 그려졌다. 이 책에는 총 7개의 단편집이 실려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단편집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단편소설이 흥미로웠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고 글로 풀어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감정의 물성'은 해설을 읽었음에도 완벽한 이해는 어려웠다. 나도 우울감을 많이 느끼고 생각이 많아 감정적으로 다운되는 순간이 많지만, 여전히 분노, 우울, 슬픔 등 감정의 물성을 소유하려는 책 속의 사람들의 마음은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하고 딱히 이해하려 들지는 않았다.


'관내분실'은 그 배경만 SF소설일 뿐, 너무나도 일상적인 소설이다. 스스로의 모습을 잃은 엄마들은 한국에 너무나도 많다. 남편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뒤로 제쳐두고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 조차 어떤 엄마들에게는 부담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관내분실' 속 엄마의 모습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한국의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엄마의 모습. 물론 그 엄마가 자식들에게 했던 행동들이 좋은 행동이라는 말은 아니다.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그리 좋은 롤모델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포기하게 만든 그 가족들이 아닐까.. 그 가족들이 무언의 기대를 엄마에게 갖게 된 것은 이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책은 읽기 쉬웠다. 아주 술술 읽었고 작가의 상상력에 여러 번 감탄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인아영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며 더욱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단순히 각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을 했는데, 그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신체적 특징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사회의 약자라는 것을 인아영 문학평론가가 언급해주었다. 해설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소설을 되뇌어보니 이 책은 사회의 약자들이 주인공인 책이었다. 비혼모, 이혼 가정, 우울증에 걸린 엄마, 장애를 가진 사람, 노인, (외계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매우 약한) 약자.. 그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P96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P51
"그들이 기억과 함께 우리를 떠나는 거야."-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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