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읽은 김호연 작가의 첫 책은 '불편한 편의점 1, 2'였고 다시 읽어도 좋은 문장과 장면이 많고 매력적인 인물도 많아 읽은 직후에 재독을 했고 '나의 돈키호테'를 읽은 후 '불편한 편의점'을 세번째로 읽고 있다. 그만큼 '불편한 편의점'을 좋아했던 터라 신간인 '나의 돈키호테'와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돈키호테'라는 제목과 책 표지에서부터 이 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많이 실망했고 지루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나의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어느 한 인물에게도 매력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내겐 매우 애석한 일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 전개도 내겐 많이 안타까웠다. 주인공이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유튜버로 경제적 독립을 꾀하는 고군분투)이 꽤나 2024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고는 있었지만 십대 시절 주인공이 가장 신뢰했던 돈 아저씨 본인은 정작 주인공보다는 싸가지 없고 눈치 없던 성민을 더 아꼈고,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고 감상을 나누었다는 또래 집단도 당시 뿐 아니라 성인이 된 시기에도 여전히 각별한 관계가 아닌 듯 했는데 이렇게 삐걱대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고 그런 콘텐츠가 실버 버튼을 받게 된다고?
워낙 각양 각색의 취미가 존재하니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돈키호테'라는 채널이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친분이나 추억보다는 돈 때문에 돈 아저씨를 찾는 콘텐츠가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라 내겐 뜬금 없었다. '불편한 편의점 1, 2'에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사람이 '나의 돈키호테'에서는 돈 아저씨일 것이다. 남들과 달리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자신과 가정을 희생해서라도 공공의 선을 선택하고 인생의 어떤 시기든 약자와 선인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인물. 그러나 내겐 돈 아저씨가 전혀 영웅이 아니었다. 돈키호테와 닮은 인물도 아니었고 소설이 끝날수록 장영수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은 더욱 줄어들었다.
김호연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후에 읽은 '나의 돈키호테'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녹아 있는 듯 보였다. 나의 취향이 아닐지라도, 시종일관 뜬금 없어 보이는 스토리 전개일지라도, 돈키호테라는 한 세계를 구상하고 수정해서 쓰고 또 써서 결국은 완성해낸 김호연 작가의 이 소설은 누군가에겐 인생 소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너무 지루하고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마지막 문장에서는 약간 울컥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거기 있었다. 이 소설에서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 돈키호테라는 영웅은 실은 허상에 불과하고 내게 '나의 돈키호테'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못나고 찌질하고 약한 나를 위해 가장 먼저 달려와 줄 사람. 나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도 나에게 미안해할 사람.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당신. 이 책에서 그런 당신,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싶었다는 것을 마지막 문장에서 확인했다. 계속 쓰겠다고 말한 약속을 김호연 작가가 앞으로도 지켜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