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는 아니지만 차별받고 있다”
csp 2022/05/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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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책] 20대 여자
- 국승민 외
- 12,000원 (600)
- 2022-02-23
- : 179
•2021년 8월 <시사인>에 실린 20대 여성 특집 기사를 바탕으로 나온 책. 20대 여성으로서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대선이 끝나고 지선을 앞둔 지금 읽으니 시의적절함이 한층 더하는 듯. 책의 결론 : “기사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집단이 20대 여성 전반의 여론을 끌고 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대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차별을 금지하고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정치세력을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개방적이고 연대 의식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민주•진보 계열 정당의 집토끼는 아니다.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유하는 심판자’에 가깝다.” 대선 후 4만여 명의 2030 여성이 민주당에 가입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겠으나, 체감상 큰 틀에서는 아직 유효한 분석이라고 느껴진다.
•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 자체가 권력이었다. 설명해야 하는 삶과 설명해주는 삶이 가진 권력의 크기는 다르다. 알아서 설명하고 해석해주는 데에서 권력이 작동한다. 정치적 주체로서 20대 여성에 대한 담론이 적은 까닭도 이 같은 권력의 속성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인>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41.7% 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다양한 소수자와 더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는 항목에 동의하는 20대 여성의 비율은 50.8%인데 반해, ‘페미니즘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에는 37.7%만 긍정의 반응을 나타낸 것이 눈에 띈다. 20대 여성 페미니스트 사이에 트랜스 배제적인 급진 페미니즘(TERF)의 세가 강하다는 지표일듯.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20대 여성은 사회적 소수자 집단 중에서 레즈비언에게 가장 우호적이었으며(감정온도 50.5도) 같은 성소수자 집단 중에선 트랜스젠더(33.3도)에 가장 비우호적이었음. 또한 난민(30.7도)이나 조선족(24.9도)에 같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감정온도는 한국인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점도 특기할만한 부분. 종합해 보면 : 20대 여성은 한국에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책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면서 동시에 트랜스혐오와 제노포비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내 개인적 경험도 이 분석과 완전히 일치한다.)
•설문 조사에서 튀었던 항목들. 강한 페미니즘 성향(페미니즘 지수+6~+12점)으로 분류된 20대 여성 중 단 한 명도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동의 0%!). ‘지금 아이를 낳는다면 여자아이가 더 살기 좋다’라는 문장 같은 집단에서 역시 동의 0%를 얻었다. 놀랍지 않으면서도 놀라운 결과다. 이 책에서 분석한 20대 여성 집단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높은 공감과 연대의식인데, 이런 정치적 지형도를 형성하는데 강한 페미니즘 그룹의 20대 여성들의 역할이 크다. “강한 페미니즘 그룹의 20대 여성이 전체 20대 여성의 의견을 끌고 가는 모양새였다.”
•”20대 안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태도와 진보/보수 분화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왔다”. 예컨데 강한 페미니즘 성향의 20대 여성들은 빈곤, 비정규직, 디지털 성범죄, 장애인 인권 등에 깊이 공감하며 연대하는 태도를 보임.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강한 페미니즘 성향의 20대 여성의 66.9%가 긍정 평가를 했으나 페미니즘 지수가 낮은 20대 남성 중 9.8%만 긍정 평가를 한 것을 보면 그 대비가 더욱 극심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20대에서 페미니즘은 젠더 문제가 아니다. 분배, 노동 등 다른 영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지지 정당’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 인 것.
•계층과 페미니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고졸 이하의 저학력층 여성 중 범페미니즘 성향으로 분류되는 비율은 39%에 불과한 반면,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층 여성 중에서는 62%가 범페미니즘 성향이다. 또한 자산 규모와 페미니즘 성향도 뚜렷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7억 이상’ 고자산층에서는 범페미니즘 성향 비율이 무려 79%라고 함(!!) 또한 여성은 물질주의 지수가 높을수록 페미니즘 지수도 높아지는데 남성은 물질주의 지수가 높을수록 페미니즘 지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대단히 흥미로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페미니즘 담론이 ‘갓생살기’ ‘주식투자’ 등의 자기계발/신자유주의 담론과 자주 결부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임… 후 인서울 중산층 4년제 출신 위주의 청년/페미니즘 의제 설정 너무너무 지겹 ㅠ 여성의 자립과 자존에 경제적 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차별적인 사회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단순히 “여자도 부자되서 성공하자”는 식의 ‘임파워링’에 경멸감을 느끼는 저소득층 저학력 여성으로서 ^^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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