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공습을 앞둔 어느 찬란한 여름날, 리전트 파크의 런던 시민들에 대한 레베카 웨스트의 글. ˝“Some of them walked among the rose-beds, with a special earnestness looking down on the bright flowers and inhaling the scent, as if to say, ‘That is what roses are like, that is how they smell. We must remember that, down in the darkness.’˝ 읽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구절. 일상의 의미가 무색해진 21세기 코로나 시대에도 너무나 사무치게 와닿는 글이다. 이게 장미야. 이게 장미의 향기야.
예전에 사두고 잊고 있다가, 우울한 일요일 오후에 문득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무척이나 흥미진진함.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풍전등화같은 영국의 시대상을 읽는 재미도 있고, 그런 암담한 상황 속에서 총리가 되어 독일과의 전쟁을 계속 이어나간 처칠이란 인간의 강렬한 개성도 굉장히 흥미롭고. mass-observation이라는 프로젝트의 존재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에릭 라슨의 책은 몇년 전 읽은 <화이트 시티>이후 두 번째로 읽는 것인데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지. 믿고 읽는 논픽션 작가들 목록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