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셔우드, 커포티, 윌리엄스와 같은 미국의 게이 작가들을 좋아하는데 (이셔우드는 엄밀히 말하자면 영국 출신이지만 미국에 정착하고 살았으므로 미국 작가라고 치자), 이건 그들의 속물적이고 b#tch적인 모먼트들까지 포함한 애정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들의 그런 면모가 나로 하여금 그들을 더 좋아하게 만든다! 허영심많고 자의식 충만한 이 일군의 미국 게이 작가들은 너무나 얄미우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미국 작가들과 알코올 중독과의 상관관계를 다룬 올리비아 랭의 이 에세이집에서 내가 제일 재밌게 읽고 있는 것도 테네시 윌리엄스에 대한 부분들. 예를들어 그가 일기에 적었다는 다음과 같은 글들을 보라.
<‘Holocaust in Germany – it really does sicken me, I am glad to say,‘ adding in the next breath: ‘Of course my reactions are primarily selfish. I fear that it may kill the theatre.‘>
<‘ ˝Me˝ – that should be an adequate one-word-two-letter entry for every day!‘>
랭은 윌리엄스의 이런 글들에 상당히 거북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의 이러한...디바적인 면모(루 폴이 이런 대사를 읊조리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떠오른다)야 말로 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윌리엄스에 대한 새로운 사실 중 하나는 그가 평생 공황발작과 병적인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며 살았다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나 역시 이 둘을 앓고 있으므로 큰 동질감을 느끼며 관련 부분을 읽었다. 아닌게 아니라 <‘After all, what older friend than anxiety do I have? Or should I say acquaintance? Yes, I should!‘> , <‘someday, I fear, one of these panics will kill me’.>과 같은 글들은 정말 내 일기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져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쓰다보니 윌리엄스의 일기는 무척 재미있을 것 같군... 랭이 인용한 윌리엄스의 일기를 보면 그는 매우 시시콜콜하고 적나라한 일기 작가였던 것 같은데, 역시 자의식 과잉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인간의 일기만큼 재밌는 게 없다.
하여간에.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나는 유전적 요인으로나 환경적 요인으로나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갖추고 있는 인간이라는 깨달음이다. 심지어 술에 잘 취하지 않는 내 체질마저도 알코올 중독의 위험을 부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금주하는 삶을 이어나가야겠다....매 페이지마다 알코올이 넘실거리는 책을 읽으며 남기기엔 우스운 다짐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