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Q1복제된학교를탈출하시오 #청소년소설 #추천소설 #신간 #다산책방

아레이와 Q가 없어진 걸 알면 이나미 선생님은 화가 폭발하겠지만 그편이 차라리 나을지도 몰랐다. 선생님의 분노가 오늘 오리엔테이션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닌 아예 새로운 문제로 향한다면 초점을 흐릴 수 있지 않을까?
-63 p / <Q1. 복제된 학교를 탈출하시오>

<수상한 이웃집 시노다>, <여기는 요괴 병원> 시리즈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신작 <Q1. 복제된 학교를 탈출하시오>가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신작도 기대가 컸는데요. 역시 제가 기대했던 것만큼 예측불허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은 겉으로 보면 판타지 미스터리 + 학교물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현실적인 성장소설입니다. 일단 이 소설의 주인공 아레이는 특별해지고 싶은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기타 등등”으로 묻혀 조용히 살아남고 싶은 아이일 뿐입니다. 하루가 어제와 같게 반복되는 것이 유일한 안전장치라고 믿는 열다섯의 마음은, 요즘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전학, 새로운 관계, 떠밀린 역할들. 아레이가 마주한 변화는 하나같이 ‘좋은 일’처럼 포장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버거운 자극입니다. 변화를 무조건 긍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았는데요. 아마 청소년 독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변화는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위협이기 떄문입니다. 특히 민감한 사람에게는 공포에 가깝기도 하지요.

또한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성장이나 연대를 따뜻한 미담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협력은 감동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고, 관계는 위로가 아니라 출구를 만들기 위한 선택입니다. 이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낸 지점이 바로 ‘그림자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자계’는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도 냄새도 없는 복제된 학교, 괴물, 단 하나의 빈틈. 이 세계는 단순한 설정 놀음이 아니라, 불안과 고립, 두려움이 극대화된 내면 풍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판타지는 현실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더 정확히 설명합니다.
그림자계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좋아해서 손을 잡지 않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함께 움직입니다. 이 현실적인 연대 방식은 성인 독자에게 유난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어떤 국면은 의지나 성실함만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이 소설의 성장 서사 또한 과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주 성실하게 읽혔습니다. 아레이는 끝내 불안을 극복하지 않습니다. 아레이는 여전히 예민합니다. 그리고 변화는 여전히 피곤합니다. 다만 달라지는 건 하나입니다. 혼란을 피하려던 아이가 혼란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는 것. 이는 성인 독자가 가장 신뢰하는 형태의 성장입니다. 성격이 바뀌는 대신, 버티는 방식이 조금 나아집니다.
판타지 설정 속 능력 역시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아레이의 기억력과 Q의 사고력은 축복이라기보다 살아오며 생긴 후유증에 가까운데요. 이 소설은 특별한 능력을 성공의 증표로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그래서 여기까지 살아온 이유”로 재해석합니다. 성인 독자는 이 지점에서 이 이야기를 능력자물이 아니라 생존의 기록으로 읽게 됩니다. 그래서 《Q1. 복제된 학교를 탈출하시오》는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혼자서는 빠져나올 수 없었던 시기를 어떻게 통과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무척 현실적입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 중인 청소년에게는 물론, 여전히 ‘변화’ 앞에서 움츠러드는 어른 독자에게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역시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다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