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타임슬립 #장편소설 #현대판인어공주 #물거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생각만해도 두근두근합니다. 아마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을 과거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이런 내용의 소설이 그토록 많이 등장하고, 또 봐도 재미가 있는 듯합니다. 최근에 텍스티에서 출간된 최구실 작가님의 <남의 타임슬립>도 제목에 나와 있듯 ‘타임슬립’이 소설의 주요 사건입니다. 타임슬립은 개인 혹은 집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현상을 뜻합니다. 미소년 느낌의 ‘류남’이라는 21살 남성이 바로 100년 전으로 타임슬립을 해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에 등장하게 되는데요. ‘류남’과 26살 여성 ‘남은우’의 만남이 바로 소설이 시작되는 운명적인 장면입니다.

소설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줄거리를 이 리뷰에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요즘 로맨스 소설과는 다르게 ‘인어공주’ 동화만큼 순수하고 아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류남과 남은우는 연인이나 친구관계도 아니면서 어떠한 이유로(그 이유는 소설 속에서 꼭 확인해 보세요. 은우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동거를 하게 되는데, 소설의 초반부터 남녀가 함께 동거를 시작하는 내용이 나와서 ‘로맨틱한 요소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는데, 보통 생각할 수 있는 흔한 내용이 아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은우는 남이 5살이나 어리기도 하고, 남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고등학생 신분’이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성’이라기 보다는 보호해야 할 동생으로 줄곧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둘의 기묘한 동거가 어찌어찌 이어져가던 차, 은우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자신이 무척 아끼고 예뻐한 두 살배기 조카인 ‘하나’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 병원은 이미 환자들로 가득차 있고, 조카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악화되어 가는 상황이 다가오던 차 남이 은우에게 조카를 살릴 수 있는 한 가지 ‘힌트’를 주고 물거품이 되어 사라집니다.

겨우 서로에 대해 정이 들어갈 무렵, 남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리는 장면은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남이 준 힌트 덕에 은우는 조카인 하나를 살릴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남은 은우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누군가의 운명에 개입하여 의도적으로 그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이토록 슬픈 결말을 불러올 줄 어떻게 상상이나 했을까요. 타임슬립을 하는 경우 보통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수학여행 중 우연히 길을 잃어버린 남이 어쩌다가 한 번 만난 하나를 위해 물거품이 되어버려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은 소설 초중반 분량에서 물거품이 되어버리지만, 그렇게 소설에서 완전히 증발한 것은 아닙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에 소설 초중반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가 있으니 꼭 완독하셔서 확인해 보세요.

<남의 타임슬립>은 최근 읽은 로맨스 소설 중에서 가장 따뜻하고 슬픈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은우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청춘 드라마처럼 아름답게 그려진 이 소설이 올 겨울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에게 큰 만족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