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꿈 중 한가지가 마당이 있는 집이란다. 멋지게 말하면 정원이 있는 주택이겠다.
왕족 레벨로 따지면 최고의 정원을 가진 궁전, 베르사이유가 그 최고봉이겠지.
이렇게 사람들은 자연과 친화적이고 싶은 소망으로 그러나 감수해야 할 게 너무나 많아 외면할수 밖에 없는 꿈으로 정원이 있는 집을 꼽는다.
비용이나 아이 교육, 안전, 이웃과의 관계. 남편의 직장, 문화인트라. 쇼핑 , 교통등등을 다 따졌을때 아파트가 아닌 내 맘에 쏙 드는 정원을 가진 주택을 가지기란 많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에 살면서 주말에는 산이나 공원등을 가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풀곤 한다. 그런데 그 정원을 공원으로 가꾸고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마디로 자신의 앞마당 뒷마당이 베르사이유의 정원 뺨친다면?
으아...엄청난 대부호나 권력자 아닐까. 하지만 전자 후자 다 아니다.
한 평범(?)한 교수와 그의 아내가 스스로 삽을 들고 이태리 장인이 하나하나 수를 놓듯 꽃과 나무를 심어 만든 곳. 바로 아침고요수목원이다.
돈이 모자라 살던 집까지 팔고 수목원 귀퉁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비가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5천여종의 식물을 심고 가꾸는 그 부부의 초기 모습에 누가 과연 잘하는 짓이라고 했을까.
10여년전 아무생각없이 좋은 곳이라는 권유에 들렀던 아침고요수목원의 빛나던 하루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5월을 열던 환한 햇살과 맑은 공기. 푸르른 들판. 지천으로 피어있던 꽃들과 스스로의 자리를 잡던 덩쿨들. 멋지게 뻗어있는 나무들 사이의 통나무집들...
사랑하는 사람이 처음 내 가슴에 박히던 곳으로 그 만한 곳을 또 찾을 수 있을까.
한적한 수목원의 겨울을 만회하기 위해 조명으로 꾸민 사진을 보니...결혼 10년되는 해에는 이것으로 그 기념을 삼아야할 만큼 아름답다.
이런 미친짓을 하자는 남편을 그래도 믿고 묵묵히 따라간 아름다운 아내. 이영자씨가 펴낸 이 책은 한권의 사진일기이다. 많은 꽃들을 보며 그녀의 감상과 일상을 조근조근 펴냈다.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보다는 진실되게 소소한 이야기들 위주라 다소 심심할 수는 있겠지만 아침고요 수목원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 그리고 가볼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가진 인프라에 비해 너무 얌전하고 겸손한 글과 그림들이다.
담번에는 좀더 풍요롭고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사진들로 매력을 좀더 자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