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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의 서재

 

 

벌써 오래 전이 된 대학시절 나는 문학도였고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이후 더 이상의 문학 공부는 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나는 혼자서 찔끔찔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습작한 소설을 신춘문예에 내보기도 했고, 티브이 단막 드라마를 집필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무엇에 대해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다시 영화 학교에 들어가 무엇에 대해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공부하기로 했다.

 

영화 학교에서 보낸 삼년 동안, 장편 시나리오 한 편을 쓰기 위해 살았다. 그곳에선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안다고 착각했던 것을 버리는데 썼다고 생각한다. 문학을 배우는 동안, 나는 내가 무언가를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들킬까봐 늘 두려웠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그냥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 이러한 욕망이 결국엔 창작을 택한 나라는 개인의 천성이나 기질 같은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한 사람이 잘 모르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말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야기, 혹은 서사라 부른다.

 

그러므로 이곳에 남길 기록은, 앞으로도 내가 위와 같은 길을 가면서 경험할 독서에 관한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상당히 무식한데다 또 느리고 게으르기까지 한 독서가다. 그럼에도 나의 목표는 유식해지는 것도,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만 가기에,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일을 시작하는 심정으로 첫 발을 뗀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독서 여정이, 내가 늘 잘 모르는 무엇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읽고 말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또 그런 한편 여기에 기록들이 단지 나의 사적인 감상에 머무르거나, 집의 책장에 책을 꽂아두는 식으로 진열돼 있지 않기를 바란다. 어떠한 식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은 식의 기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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