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무렵부터 글을 쓰는 데 몰두한 작가의 삶이 전혀 녹록치 않았음을, 한 편 한 편의 에세이가 알려주는 느낌을 얻었다. 아들의 죽음, 손자에 대한 사랑, 바깥의 꽃을 바라보는 마음, 내 삶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임에도 넓은 강에 물수제비를 던지는 듯한 울림이 있다. 현재 한국 여성 작가들의 귀감이 되는 저자의 이야기가 타계 13주기가 되는 해인 지금, 그저 직장 하나 다니는 데도 버거운 사람의 마음에 편안함을 안겨주고 떠난 느낌이 든다.
사람의 단면을 봤다면, 정반대에 있는 또 하나의 단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박완서 작가의 주장이다. 첫 에세이를 읽고 나는 참 '사람을 싫어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끝까지 내 생각은 틀리지 않다는 것에서 그치니까. 그래도 인생의 끝은 행복으로 맺고 싶다는, 작디 작은 바람을 나 역시도 갖고 싶다.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과정이 겨울에 부는 찬 바람 같다 할지라도. 나의 생각 외로, 그 바람이 봄까지 스며들진 않는다는 걸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