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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and my arrow

제가 주류 경제학을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운영 선생님의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나 '레테를 위한 비망록' 같이 심금을 울렸던 책을 뺀다면 경제학 책으로는 역시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 책을 표지가 덜렁덜렁하게 닳도록 제가 가까이 하는 것은.... 우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책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 유모어와 재치가 이승환이라는 걸출한 번역자를 만나 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용이 충실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사실 제 살아온 내력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전 경제학과 졸업 쯤에야 이 책을 만났는데 아마도 먼저 읽었다면 경제학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졸업식날 동양경제사를 하시는 노교수님을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 때 저는 의대로 방향을 틀었었습니다. " 이보게. 사실 나도 어린 시절에 경제학과 의학, 신학 중에 무엇에 매진할 것인가 고민한 적이 있네. 비참한 이웃을 질병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의사가 될 것인가? 영혼의 구원을 위해 신학을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인 조국 근대화를 위해 경제학자가 될 것인가?나는 고민했었네.  인간에게 20대와 30대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꽃과 같은 창조성의 시절이지. 제발 그 시절이 시들지 않게 하게. 10년을 소진한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야." 40이 다 된 지금 교수님의 절절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틈만 나면 이것 저것 경제서적을 읽습니다. 그것은 다시 고향땅을 밟는 실향민의 벅찬 감동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막스 경제학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저이지만 이 책에 대해서 만큼은 무척 후합니다. 친구들과 교수님들이 있었던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교실로 저를 인도하기 때문입니다.

책의 머리말에는 이 책이 영미 경제사에 초점을 맞출 것임과, 경제학사의 핵심을 명쾌하고 유쾌하게 설명할 것임을 말합니다. 경제학을 우울한 과학이라고 비웃었던 칼라일을 비웃어 주자고 말합니다. " 지하에 계실 경제학자의 영령들이 '우하하'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음을 터뜨리게 하자. 적어도 그것이 우리가 그들의 유산을 깡그리 망각하고 세계경제를 11세기 시절로 후퇴시키는 것을 보고 땅을 치며 통곡하게끔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그가 서있는 곳이 어디이든 자신의 위치를 명쾌히 유쾌하게 밝히는 사람을, 저는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토드, 당신은 저에게는 또하나의 선생님입니다. 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으며 배꼽을 잡고 웃으며 어떻게 꼬리를 잡아볼 수 없을까 또다른 대안은 없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한 시간은 항상 저에게 사고의 유연성과 여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참고로 유쾌한 경제학 교양서적으로 '김덕수 교수의 통쾌한 경제학'과 박찬희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  유시민 선생의 '경제학 카페'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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