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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ia의 낯선 세상
이따끔 몹시 만족스러운 책을 읽고 나면 출판사가 무진장 고마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요즘 쏟아져나오는 무수한 영성 서적들이 돈벌게 해준다는 그럴싸한 문구를 달고 '경제 경영' 서적란에 꽂혀있는 것을 보며 조금은 텁텁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목이 마른데 우유나 주스만 들이키며 왜 이렇게 갈증이 가셔지지 않을까 갸웃하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갈증을 적셔주는 물 한 컵 같은 느낌이었다.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까에 관한 책이라고 서문에서 보았는데, 정작 '기타'를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해가 가능했다. 저자가 '기타'를 공부하면서 경험해온 일상과 기타의 접점을 쉬운 언어로 조곤조곤 풀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학교수라는 안정된 신분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약물을 이용한 영적 여행에 몰입했다. 아무리 영적 체험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고는 해도 LSD와 같은 약물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는 느낌은 없지 않았지만 알약 하나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깨달은 자들만 누릴 수 있다는 지복의 상태에 근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었다. 약물을 통한 체험은 일시적일 뿐이고 결국 수행을 해야 더 오래고 깊은 지복의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이 저자의 해명이긴 하지만 나처럼 귀얇은 독자는 어디서 LSD 한 알 구할 수 없을까,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게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가 경험한 지복의 상태를 되풀이해서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약물을 통한 체험의 세계에서 수행의 세계로 옮겨오기까지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자세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이 책에 대한 내 만족감은 별 다섯을 주고도 모자란다. 마약에 대한 내 생각도 결국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환영일 뿐이다. 결국 이 모든 게 신들이 벌이는 한 판 유희인 것을. 그 잔치판에서 어떡하면 겉돌지 않고 뛰어들어 함께 즐길 수 있을까가 이 이후에 남은 과제라 하겠다. 저자의 제안은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가슴을 신뢰하고,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청소하는 작업을 할 것, 그리고 다르마라고 불리우는 우주의 섭리를 믿으라는 것이다. 정말 그러면 될까? 그렇게만 하면 나 역시 신에 이르러 신들과 함께 한 판 멋들어지게 놀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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