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작은나무 2016/08/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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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올리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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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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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마요트'라는 섬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프랑스의 '해외 레지옹'이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다.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사이에 있는 이 작은 섬에 위고는 교사인 부모님을 따라가게 되었다. 아프리카 원주민과 프랑스 백인들이 섞여 사는 이곳에서 적응해 살다가 마오레족 여자아이 자이나바를 알게 된다. 둘은 사랑을 나누고 자이나바는 임신을 한다. 위고의 부모님께 알리자 그들은 위고를 먼저 프랑스로 보낸다. 뒤이어 위고의 동생과 함께 그들도 프랑스로 이주한다. 프랑스식 소비문화에 금방 적응하여 그들 식구는 잘 지내지만 위고는 물건과 광고가 넘치는 환경에 질려버린다. 그러다 샤를리라는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광고청소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십대 중반의 위고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자이나바를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부모에게 일임하고 도망치듯 떠나버린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으로서 그들 부모의 행동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아이가 다른 땅에서 자라고 있는데 도망쳤다면 평생 짊어져야 할 죄책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기는 떠났지만(유산인지 사산인지는 모르겠다) 위고에게선 일말의 죄책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좀 미안하고 마음에 걸리는 정도? 마요트 학교의 사서선생님을 통해 자이나바가 이메일도 보냈지만, 할 말이 없고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냐며 답장을 쓰지 않는다. 그건 위고의 입장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광고거부운동을 하는 그가 별로 기특해보이지 않았다.
광고의 폐해는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무뎌져 있는 거기도 하다. 요즘엔 동영상을 보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데도 수없이 광고가 등장한다. 이른바 광고의 홍수시대이다. 광고를 안 보려면 TV도 끊고 인터넷도 끊고 스마트폰도 끊어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잊고 지내던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우리집도 좁은 공간에 비해 물건들이 많다. 거의 다 버리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몸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은 거겠지만. 왜 잡동사니들을 끌어안고, 거기에다 더 사들이고 살게 되는 걸까?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 끊임없이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게 가끔씩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러다 곧 무뎌진다. 이 책만으론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 관련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섣부른 결심보다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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