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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아줌마의 게으른 책읽기
애프터 유
작은나무  2016/06/08 02:52
  • 애프터 유
  • 조조 모예스
  • 14,400원 (10%800)
  • 2016-05-20
  • : 4,692

영화 <미 비포 유>가 개봉했다. 내가 사는 지역엔 영화가 들어오질 않아서 보질 못했다.(시골 자그만 영화관이라 영화가 몇 개 걸리지 않는다.) 다른 데로 가서 영화를 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럴 정도로 보고 싶지는 않다. 책이 주었던 느낌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에.

 

결국 속편인 이 책을 사고 말았다. 몰랐는데, 예약 독자 몇 명까지 사인본을 보내준다는 얘기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친필 사인본이 아니라 그냥 인쇄된 사인본이어서 실망했다는 알라딘 독자들의 100자평들이 보이더군. 내가 산 책에도 그 인쇄된 사인이 있었는데, 인쇄된 사인은 정말, 별 거 아닌 걸로 보여서 아무 생각 없이 넘겼다.

 

윌은 루이자가 자신의 돈 가지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열정적으로 살기를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리 살지 못했다. 런던에서 윌이 준 돈으로 집을 하나 사고, 공항에서 바텐더 일을 하고 있었다. 직장도, 일상생활도 별로 행복하지 않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겪는 트라우마를 그녀도 겪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돕는 모임에도 나가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만난 구급대원 샘과 가까워지지만, 남자친구로 그를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릴리라는 아이의 등장은 다소 뜬금없다. 윌의 예전 여자친구가 낳은 딸이었는데, 알리지 않아 윌도 몰랐다. 엄마의 방치로 인해 루이자의 집에 기거하면서 울고 웃는 과정들이 생겨난다. 릴리는 공황상태에 빠진 루이자를 끄집어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샘이 죽을 뻔한 사고는 다른 것 생각할 것 없이 그녀가 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해주었다. 어찌 큰 시련을 겪고 나야 진정한 사랑을 꼭 깨닫게 되는 건지.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특히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을 때 그 후유증은 참으로 클 것 같다. 나는 아직 겪어본 바가 없어서 짐작만 할 뿐이지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이 책은 루이자가 그걸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래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성장담이라고 해야 할까? 릴리도 루이자와 새 가족을 만나 성장하고, 루이자도 릴리와 샘을 만나 성장한다.

 

<미 비포 유>처럼 벅찬 감정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덤덤히 읽었다. 딱히 나쁘지도 않았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절절할 것 같다. 죽은 사람들은 알까?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는지. 죽음에 초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을 받아들인다는 게 쉬워질 수도 있는 일일까. 존엄사니 안락사니 하는 것들이 여전히 힘든 문제인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과 죄책감을 해결해줄 방법이 여전히 없기 때문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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