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제목과 표지, 그리고 이메일을 주고 받다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는 이 책을 낭만적인 연애소설일 거라는 추정하게 한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니 내가 예상한 그림과는 약간 빗나간 듯하다. 그런데 지금이야 자세히 보니, 표지의 그녀가 떨어질락 말락 앉아 있네? 마냥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었구나.
두 사람 다 싱글이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텐데. 둘이 만나서 더 깊은 사랑에 빠지거나, 아니면 실망해서 멀어지거나, 아니면 온라인에서만 만나죠, 이 정도로 갔겠지. 하지만 에미가 유부녀라는 사실로 조금 복잡해졌다.
플라토닉한 이메일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날 일은 없지만, 시시콜콜 나의 얘기를 들려줘도 될 만한 친구. 고민도 나누고, 넋두리도 하고, 위로도 해주고, 축하도 해주는.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쪼끔 걱정이 된다. 내가 좀 금사빠 성향이 있는지라 얼굴도 모르는 메일남이라 할지라도, 나도 에미처럼 빠지고 집착하는 게 충분히 가능할 듯하다. 중독 증세처럼 오로지 이메일 답장만 기다리고, 심혈을 기울여 편지를 쓰는 것에만 온 신경이 다 가서 살림과 육아는 나 몰라라 할 것도 같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결과를 예측한 것 아닌가? 이 책대로만 가라는 법이 어딨어. 이메일로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주고 받고 하며 우정을 쌓아가고 싶단 기대는 버리지 않으련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메일을 누군가와 마구 주고 싶은 마음이 막 피어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아쉽다.
어쨌든, 얼굴도 모르고 편지만 왔다갔다 한 사이인데도, 에미의 남편은 위기를 느낄 정도였나 보다. 글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거. 하지만 그건 자기가 만든 환상의 그, 그녀를 만들어낸 건데. 에미가 결혼을 했기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상황이, 그들의 환상을 더욱 키운 거 아니겠나. 애초에 만나서 깨져야 할 환상은 깨버리는 게 현명했던 건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만나고 정리를 하려 하는데 또 불발. 그리고 급작스러운 엔딩. 엥? “이거 뭐야?” 소리가 나오는 영화의 끝장면을 본 듯하다. 이렇게 끝이라니. 허탈했다. 레오는 그렇게 보스턴으로 갔다 치고, 에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까? 남편이 안 걸 에미도 알게 됐는데, 부부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후 그들의 행보는 알 길 없는 채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엇, 알고 보니, 속편이 있었다. 그렇구나. 속편이 있으니까 그렇게 끝을 냈구나. 약간은 작가가 괘씸하다. 속편에서 그들이 진짜 만난다는 스토리를 들으니, 에미의 남편의 안부가 걱정되는 건 왜일까.
이메일로만 주고 받는 걸로 쭉 가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빠르다. 가끔씩 긴 메일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들도 천천히 읽어나가긴 어렵다. 다른 소설들처럼 읽다가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할 일은 별로 없었다.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에미와 레오의 마음을 더 들여다볼 수 없음이 답답했고, 생각을 더 뻗어나가기 힘든 게 있다.
그나저나, 속편은 읽을까, 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