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해피엔딩
작은나무 2016/05/07 08:50
작은나무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 7,200원 (10%↓
400) - 2003-02-05
: 356
'월간 페이퍼'의 편집장이자 인터뷰어였던 황경신의 인터뷰를 좋아해서 인터뷰 모음집 《나는 정말 그를 만난 것일까》를 재밌게 읽었었다. 페이퍼의 글들을 통해 본 그녀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많이 감성적일 것 같은 그녀의 연애소설을 읽는 건 싫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20대의 나는 그랬다.
최근에 팟캐스트 '착한낭독, 독한일상'에서 이 책을 낭독하는 걸 더 들었다.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를 듣고, 뒷부분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2003년에 나온 이 책은 아마도 황경신이 두번째 낸 소설일 것이다. 찾아보니 그 후에 그녀는 꽤 많은 책을 냈다.
이 책의 뒷부분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였다. 풋풋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고하는 1부를 들으며 마음이 아리아리했다. 두 남녀가 번갈아가며 하는 낭독이, 그 촉촉한 목소리 때문에 두 남녀에게 몰입했던 것 같다. 하지만 2,3부는 지면의 활자로 읽어서일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더이상 마음이 촉촉하지 않았다.
왜 에이에게 마음을 주고 그와 연인이 될 수 없는지 설득이 되지 않는다. 단지 연하이자 다소 많은 나이차 때문에? 비를 못 잊어서?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건 내가 봤을 때는 비가 아니라 에이인데. 사랑했지만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서 떠났다는 비의 변명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에이와 비 둘 다 끊지 못하다가 선택한 방법은 새로 등장한 제3의 남자에게 가는 것이라니. 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특히 사랑에 관해서는.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다' 행복해지길 바란다.
비는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나'는 그에게서 놓여나지 못하고 있다. 에이를 명확하게 잘라내지 못한 채 희망고문을 하면서. 그래서 택한 게 인터뷰하려고 만난, 비를 안다고 한 그 남자라니. 그럴려면 적어도 에이는 확실하게 정리하고 갔었야 했다. 이별의 뉘앙스만 띄워 그를 불안하게 둔 채 떠나는 건 더 잔인하다. 모두가 해피하길 바란다면서 행동은 반대로 한다. 결국 에이는 상처를 입겠지.
예상대로 감성적이긴 했지만 나의 감성을 적시지는 못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