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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서, 시간이 조금 지나서 다시 보고 싶다. 보는 내내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끝나고 나면 달콤 씁쓸함이 입안을 맴돈달까.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작품을 보고 자신이 만들지 못한 젊은 감성과 표현들에 상당히 질투하고 자극을 받아서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매우 기대하며 영화를 찾아보았다.
사실 여자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들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느꼈지만 왠지 모르게 엄청난 여운을 남겨준다.
뭐 하나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하고 때로는 시작한지도 몰랐던, 어쩔 수 없이 서툴러서 또 때로는 내 맘을 나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시시하게 끝나버린 미약했던 그 시절 우리의 관계, 감정, 사랑. '순수하지만 솔직하지 못했던, 표현할 줄 몰랐던'이라는 맥락의 영화 댓글을 보고 나만의 서툴렀던 지난날들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물론 감성에 젖어버려 너무 미화시킬 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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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도 날 위해 "욕조에서 자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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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는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태어나 우리에게까지 온 건지.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러니 우리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자주 아픔을 줘도
그건 아마 우리를 더 크게 해 줄 거야.
익숙해진 아픈 마음들, 자꾸 너와 날 놓아주지 않아.
우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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