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 박민규의 책이란걸 눈여겨 봤더라면 아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나 [카스테라]라는 단편집으로 처음 만났던 박민규는 파격적이다할만큼 상상력은 풍부하나 내 스타일은 결코 아니었으며, 어쩌면 두꺼운 매니아층의 관심이나 사랑만을 받을법한 작가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모든 사람들의 멸시를 받을만큼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나, 잘사는 아버지와 첩 사이에서 태어난 요한, 세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출생이라는 선택할 수 없는 운명적 불행이 삶 전체를 이미 결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지못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랄까......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다룬 최초의 소설이 될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은 못생긴 여자에게 폭력적이다할만큼의 부당한 편견의 시선을 보내곤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권력이라는 말을 짊어지고, 그리 아름답지못한 대다수의 우리는 끝없이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고 또 아름답지 못함을 슬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외모의 아름다움만을 향해서말이다. 포장 안의 선물의 가치가 큰 리본 장식이나 번쩍이는 포장지보다 더 큰 것처럼 사람의 가치가 그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가혹한 현실 속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에게 다가선 남자, 여자는 그의 사랑이 진실이라는 것을 결코 믿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의 사랑을 비로서 신뢰하게 되는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하루, 그 하루를 끝으로 장난같은 운명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게 되지만 그들이 나눈 사랑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빛'으로 충분히 소중한 가치와 영원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빛이 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눈치챌 수 있다고....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리석은 가치에 휘둘리며 살아야하는 것이라하여도 어느 순간 세상이 아름답게 빛나고 상처입은 우리 영혼, 영혼이 빛나는 그 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던 한 여자가 사랑을 통해 비로서 한 사람으로, '인간'으로 설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 사랑의 빛을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작품의 파격성과는 어울리지않는다 싶을만큼 소박한 작품 후기로 나를 흐뭇하게 해준 박민규에게 박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