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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하나

  내 어릴적 동심을 자극하였던 만화, '빨강머리 앤.' 

  아직까지 그 만화의 주제곡을 외고 있으며, 그 때 앤이며,  머릴러, 매슈 등 등장인물들의 목소리(사실은 성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였을 거다. 겨울방학 때 8시 30분부터 9시까지 KBS에서 방영되었던 만화영화. 내 동생과 나는 '빨강머리 앤'을 보며 앤이 그러했듯이 가슴 한 켠에 아름답고 큰꿈을 키웠고,  만화를 보았는데도 책을 보았거나 보람찬 일을 끝냈을 때의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다만 우리만 그랬던 것은 아닌 모양인지, 내 친구 중 한명은 어릴적 앤이 단짝친구인 다이애나와 오솔길을 흐르는 물 삼아 진실한 맹세를 했던 그 장면을 그녀의 친구와 학교 화장실 변기 위에 손을 마주잡고 재연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들의 추억 속에 크게 자리잡았던 '빨강머리 앤'이 책을 원작으로해서 만든 만화영화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래서 까무러칠 뻔했다. 만화를 통해 느낀 그 감동을 책에서는 또 얼마나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상상한해도 흥분되어 당장 이 책을 사기로 결심! 저질러 버렸다. 총 10권이라는 대작이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앤을 또 하나의 자신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이 책에서는 마치 내가 앤을 키우는 느낌도 들기도 하고, 내가 앤이 되기도 한 양 자전적 소설을 읽는 듯이 생생했다. 그녀의 그 꿈꾸는 얼굴을 꼭 한번쯤 보고 싶다. 그 섬세한 문체, 독특한 사고, 기발함.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고 놀랍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앤이 몽고메리 자신이라는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가시질 않아서 애이번리 마을이 실존하는 것만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물론 프린스 애드워드 섬은 배경이자 실재로 몽고메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야심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 대가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이 두려워 큰 야심을 품지 못하고 현재에 만족하고 만다고 그녀는 말한다.그리고 앤은 야심을 품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한 야심을 품어서 이루면 더 큰 야심을 품을 수 있고, 그래서 인생은 즐겁다고 했다. 마치 그녀가 나에게 하는 말인양, 어찌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던지.... 내가 항상 외치는 말, '생각한 대로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가 더욱더 가슴에 요동친다. 이제는 정말 말만이 아니라 행동에 옮겨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벌써 부터 2권이 궁금해진다. 아니, 그녀의 삶 전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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