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쪽에 달하는 큐어넌 프리퀄
사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종교와 정치 영역 바깥에서 신비주의적 사고나 뉴에이지 따위에 전국 차원의 플랫폼과 신뢰성을 제공한 데 대해 오프라 윈프리만큼 책임이 큰 사람도 없다. 넓은 의미에서 그녀는 뉴에이지 사상계에 있어 코튼 매더, 존 웨슬리, 브리검 영 Brigham Youn, 빌리 그레이엄이다. 말하자면 윈프리는 뉴에이지 사상계의 초대 교황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로널드 레이건이 자신이 만든 판타지랜드의 첫 번째 왕이었다면, 오프라 윈프리는 지금도 자신이 만든 판타지랜드의 왕으로 군림 중이다.
그러니 이제, 10년 동안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소고기데리야키밥 통조림으로 가득 채운 벙커 안에서 살아라. 마치 초원의 집에서 살아가는 흉내를 내면서 1주일에 한 차례씩 근처에 있는 가짜 비아 콘도티에서 쇼핑을 해라. 가상의 NFL 올스타 팀을 운영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콜드하버 전투에서 코네티컷 제2포병연대의 장교로 싸우는 상상을 하며 지내라.
예수의 재림에 대비해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미치광이 먼도 박사가, 인스타그램에서 귀족적인 탐미주의자가, 트위터에서 진실을 말하는 트롤이 되어라.
처음부터 완벽한 인공 가슴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라는 환상 속에 살아라. 방언을 해라. 죽어서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믿어라. 마법사나 봉건 귀족 같은 옷을 입어라. 뭐든지 마음대로 믿어라. 부자가 될 것이라 믿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샐비어 이파리를 태우면 악령을 쫓아낼 수 있다고, 인간이 창조된 것은 엊그제이며 그 창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초자연적으로 이루어진 거라고, 외계 생명체가 우리에게 컴퓨터 칩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믿어라. 마음껏 망상속에서 살아라.
당신에게는 전적인 권리가 있다. 이성과 경험주의는 그저 세계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이라고, 누구나 자신만의 진실을 찾을 권한이 있다고 결론지은 내 동료 시민들에게 반대할 전적인 권리는 도시에 있는 아늑한 나만의 보루에서 의기양양하게 살아가는 내게도 있다. 진보 성향을 지닌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이icholas Kristof가 ‘누군가의 신앙을 조롱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임에도 ‘보수 기독교 자체를 조롱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다른 작가들을 나무라듯이 나 역시 다른 이들을 나무랄 자유가 있다. 그런 뒤 나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 기독교인들을 조롱하는 그를 조롱해도 된다. 물론 그든 누구든 내 말에 반대해도 된다. 우리는 미국인이니까! 미국인 만세!
그러나 과학은 이미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임상치료자들과 환자들, 그리고 무조건적 믿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하나의 운동을 형성했고 그들은 믿음을 멈추지 않았다. 흔히 그래왔듯이, 실제로 합리적인 어느 엘리트의 거부 발언은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고 그 정당성을 더욱 열성적으로 옹호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보스턴대학교의 한 저명한 아동심리학자는 어린아이들은 ‘직관적 유신론자‘라고, 즉 이 모든 것들은 신 같은 존재가 운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자연스레 믿는 경향이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내가 전개하고 있는 핵심 주장은, 미국인들이 유난히 종교적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특히 지난 50년 동안 미국을 지배해온 종교가 유난히 문자적이고 환상적인 특징을 보여왔다는 사실이다. 영원토록 젊기만 할 거란 환상,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역시 50년 전에 등장했다. 그때부터 미국 성인의 취향과 사고방식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청소년이나 아이와 비슷해지기 시작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망상을 촉발할 수 있으며, 환상에 빠지는 일은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위안이 되어줄 수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종교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일이 잦은 사회에서 더욱 번성한다고 한다. 사회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음모론에 대한 믿음은 자기 자신에게 낙담한 사람들 사이에서 커진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기에는 힘이 부족하지만 비밀음모로 단언되는 온갖 것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마치 권력을 가진 듯한 보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